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싸고 한미약품그룹 오너들 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오는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표 대결 '키맨'으로 꼽혀왔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 편에 서면서 통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미그룹은 임종윤·종훈 형제를 각각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사장에서 해임했다.
한미그룹, 임종윤·종훈 사장 해임…책임 리더는 "통합 찬성"
25일 한미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장과 한미약품 임종훈 사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한미그룹은 "두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서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임종윤 사장이 오랜기간 개인사업 및 타 회사(DXVX)의 영리를 목적으로 당사 업무에 소홀히하면서 지속적으로 회사 명예를 실추했다는 점도 해임 사유"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그룹 본부장 4명과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 5명(이하 한미그룹 책임리더)은 한미와 OCI그룹 통합을 적극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미그룹 책임리더는 "송영숙 회장을 임성기 선대 회장의 뜻을 실현할 최적임자로 다시 한번 확인하며,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한미그룹이 하나 돼 글로벌 한미를 향한 담대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세대 한미의 리더'로 임주현 사장을 추대하며, 임주현 사장이 임성기 선대 회장의 R&D 철학을 이어나갈 최적임자임을 밝힌다"며 "오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주주님들께 한미의 미래를 선택해 달라는 강력한 제언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한미가 해외 자본에 의해 휘둘릴 수 있는 리더십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임성기 선대 회장이 남긴 우리의 유산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임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의결권 자문업체 "기업가치 측면서 형제측 제안 찬성" vs "원활한 이사회 운영 필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업체들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의견을 낸 6곳 중 이사회 제안 안건에 찬성하는 곳이 2곳, 주주제안 안건에 찬성하는 곳이 2곳, 중립 2곳이다.
ESG평가원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형제 측의 제안에 찬성하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으며, 한국ESG기준원(KCGS)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 배보경 고려대 특임교수 등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후보 6인에 대한 의결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주주제안 측 인사 5인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은 허용 가능한 수준의 지분 희석이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더라도 주주들의 주가가 중대하게 희석되진 않으며, 신주발행 주가 역시 통합 계약 공지 전의 시장가격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서스틴베스트도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주주가치를 위해서는 원활한 이사회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회사 추천 후보에 일괄 찬성을, (임종윤측) 주주 제안에 일괄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양사 통합을 위한 주식거래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동안 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 이슈로 주가에 오버행 이슈가 제기됐으나, 이번 거래로 상속세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쪽 지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직 의결권 행사 여부를 밝히지 않은 국민연금(지분 7.66%)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