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올 1분기 실적 공시를 마무리졌다. 일부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일부는 성과를 거두면서 반등을 이뤄냈다.
이런 가운데 수차례 불법 리베이트로 기업 이미지 하락과 실적 부진을 함께 했던 명문제약과 일양약품이 금년에는 희비가 갈려 그 배경에 관심이 높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악재를 겪은 명문제약과 일양약품이 최근 실적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CSO(제약사 영업대행사) 전환 등을 꼽는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명문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액 400억원, 영업이익은 19억 78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1%, 영업이익은 무려 3432% 증가했다.
명문제약은 적자 늪에서 약 3년 동안 허우적거리다가 지난 2022년 흑자로 전환했다. 때문에 금년 1분기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실적도 크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일양약품은 올해 1분기 매출액 803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매출은 6.19%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큰 폭인 60% 줄었다.
일양약품은 항궤양제 놀텍 등 전문의약품 매출이 하락했으며 위궤양 치료제 알드린을 판매하는 양주일양 등 중국법인 매출까지 감소해 실적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실적 차이를 보면서 CSO(의약품 판매촉진 업무 위탁 수행 조직, 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향력이 컸다고 보고 있다.
CSO는 일반적으로 회사 영업사원의 인건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꼽힌다. 특히 제약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 등 적발 상황을 피하기에 수월하다.
수차례 리베이트 오명 쓴 후 영업전략 변화 택한 명문제약
앞서 명문제약은 지난 2008년 1월~2009년 6월까지 불법 리베이트로 2012년 공정위 과징금, 2010년 11월~2011년 3월까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2015년 복지부 약가인하 처분 등을 받았다.
이 외에도 2019년까지 다수의 리베이트 혐의가 적발 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문제는 이런 혐의들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명문제약은 지난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2021년까지 3년 동안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2020년 말을 기점으로 회사 영업부 직원을 정리하고, CSO를 확대하면서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CSO가 정착한 2021년부터 영업적자 폭이 줄었고 지난해 흑자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이 크게 늘었다. 결국 CSO를 통한 실적 회복이 현실이 된 셈이다.
반면 일양약품의 경우 과거 수차례 불법 리베이트 제공 등 혐의가 있었고, 현재까지 이미지 및 실적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CSO보다 자사 직원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지난 2009년 1월~2012년 5월까지 전국 230여개 병의원에 금품을 제공해 온 혐의가 적발돼 지난 2013년 식약처로부터 판매중지 행정처분, 관계자 등은 검찰 기소된 바 있다.
또 지난 2014년 3월~2016년 2월까지 의료인 등에게 뮤스타캡슐200mg, 액티글리정15mg 등 제품을 의료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지난 2020년 식약처로부터 판매중지 처분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1월엔 일양약품 놀텍 등 9개 의약품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약가인하 처분을 내렸다.
현재 일양약품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약가인하는 모면한 상태다. 하지만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리베이트 관련 논란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등 피해도 여전하다.
일양약품은 회사 직원을 활용한 영업이 이어지면서 1분기 급여비는 늘었고 반면 판매비와 관리비에서 CSO 비용을 포함하는 '지급 수수료' 비용은 감소했다.
확정적으로 볼 수 없지만 현재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명문제약, 일양약품 두 회사의 실적 명암에는 CSO 전환 여부가 작용한 추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명문제약 관계자는 “위수탁을 맡기던 제품 군을 직접 제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원재료값을 줄였다”며 “CSO를 통한 지급수수료는 조금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 회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