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들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며 이른바 ‘K-의료관광’ 명성을 드높이고 있지만, 비자 발급·전문인력 부족 등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5일 오후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사단법인 K-의료관광협회가 주관한 ‘한국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포럼’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모였다.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환자 70만명을 유치, 아시아 의료관광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 및 의료관광 관계자들은 비자 제도 개선과 전문인력 육성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브랜딩 그룹 모라비안앤코 김경필 본부장은 “의료관광 비자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환자들이 거절될 것을 우려해서 인청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 비자 시 필요한 서류 기준을 완화하고 불허 사유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자가 불허됐을 때의 기준이 모호, 환자·의료기관·유치업체 등이 대응을 할 수 없어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게 김 본부장 분석이다.
그는 의료비자 대상 질환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김 본부장은 “한국 의료성형은 지속가능한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다”며 “난임 등 고부가치 질환으로, 건강검진·치과·안과 등 파급 효과가 높은 질환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첨단·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 지역에서 환자를 돌보며 이목을 끌었던 순천향대부천병원 측도 환자를 유치하면서 비자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소개했다.
이유영 순천향대부천병원 국제의료협력팀장은 “비자 발급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환자가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이 아무리 VIP라고 해도 입증서류가 조금만 잘못돼 불허되면 3달 동안 신청을 못하니 당연히 다른 곳을 향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외국인 환자가 입국할 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이 환자의 치료 필요성을 보증할 수 있냐’고 연락이 온다”며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보증을 할 수 없다고 하면 환자를 놔 버리는 것 같은 미안함이 든다”고 토로했다.
환자 재방문 이끄는 의료관광 전문인력 의무보수교육 등 육성제도 개선 필요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를 찾더라도 이들을 이끌 전문 인력이 부족해 장기적인 산업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은희 K-의료관광협회 회장은 “소통이 잘 돼야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고객만족도를 높여 재방문을 이끌어낸다”며 “여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게 전문인력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인력들이 24시간 외국인 환자를 케어하면서 그야말로 보호자 역할을 하며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검증을 거쳐 배출된 인력들도 의무 보수교육을 받지 않아 전문성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서 회장 시각이다. 열악한 처우도 숙련 인력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
서 회장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료통역 인력 양성을 위해 통역지식 및 윤리교육(75시간 이상) 수강 및 수료 후 실무실습 30시간 이행, 연간 보수교육 2회 이상 참여 등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의학용어·마케팅·‘컨시어지’·행정 등 트렌드를 따라가는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며 “무분별한 민간자격증 발급 연계 등은 서비스 질(質) 저하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관광은 의료와 관광의 융복합 산업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의료관광 그 자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컨트롤타워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