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업계가 명문제약의 의약품 유통마진 인하 통보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통사 반발에도 회사 측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명문제약은 최근 거래 중이던 일부 의약품 유통업체들에게 ‘의약품 유통마진 인하’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마진 인하율은 2~3% 수준이다.
명문제약이 유통마진을 인하한 배경은 CSO(의약품 영업대행)를 적극 활용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부담이 커졌고, 영업이익 감소 등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명문제약은 지난 2020년 CSO를 도입한 이후 초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성과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부터 지급수수료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다시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명문제약은 ‘지급수수료’로 금년 상반기에 366억원(연결기준)을 썼는데, 전년 동기 대비 22% 가량 늘었다. 지난 2년간 이러한 지급수수료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CSO는 판매, 영업 확대에 따라 지급수수료가 늘어나고 그 만큼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이번의 경우도 지급수수료가 50억원 이상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1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예상치 못하게 들어간 임상 비용, 경기 악화 등도 영향을 받았다”며 “CSO를 비롯해 회사가 성장하고 있지만 고려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약사 줄줄이 마진 인하···의약품 유통업계 '품목 거부' 검토 등 대응
의약품 유통업계에서는 낮아진 마진율 등 정책에 대해 제약사의 파트너십 실종이라고 지적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의약품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수익 개선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 품목거부 등을 통해 경고하고 있어 갈등 상황은 더욱 첨예해 지고 있다.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CSO 도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의약품 유통업계 유통마진 인하로 보존하려는 것은 상생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이런 정책으론 경영악화가 오히려 장기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약품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미 올해에만 서울제약, 보령, 현대약품, 영진약품 등 다수 제약사가 유통 마진율을 1~3% 수준에서 인하를 통보한 상태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의약품 유통 마진율을 인하했는데, 올해도 ‘훼로바유’, ‘아기오과립’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유통 마진율을 소폭 인하하면서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명문제약의 경우 유통마진 인하 통보와 관련해 회사 측과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 항암제 등의 경우 마진을 거의 안주고 있는 상황이고, 현재 마진율도 관행처럼 정해진 것”이라며 “상황이 좋아진다면 얼마든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십 년 동안 유통 쪽이랑 관계를 잘 맺어왔음에도 파트너십 실종 등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은 아쉽다”며 “협회랑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