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고수 의학용어, 표준ㆍ국제화 장애'
서울대 지제근 명예교수 주장
2013.06.11 11:56 댓글쓰기

우리말 의학용어 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한글 고집은 국제화에 장애가 되며, 오히려 표준화를 지연시킬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서울대 지제근 명예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원인사위원장)는 최근 한림원보에서 ‘한자용어와 의학전문용어, 관계 정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의학을 비롯 일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전문용어를 순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해 왔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의학용어의 95%가 한자어고 나머지 5~10%도 고유어보다는 영어가 근원인 외래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제근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물리학, 화학, 의학 분야에서 시도했던 전문용어의 순 우리말 전환 작업은 성공하지 못했고 상처만 남겼다”며 “가장 큰 피해는 갈팡질팡하는 사이 우리말 용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확산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말 용어 정비가 원어를 해석한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이 만든 한자어에 대한 우리말 뜻풀이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전문용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빨리 인식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비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전문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한자 사용을 권장하고 필요에 따라 우리말 병용 없이 바로 한자로 용어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비 작업을 할 때 한자를 이용해서도 자유로이 새로운 전문 용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을 조현병(調鉉病)으로, 간질(癎疾)을 뇌전증(腦電症)으로 정비한 것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의학용어를 우리말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을 지속하되, 불편함을 무릅쓰고 한글 전용을 고집하지 말자는 목소리다.

 

지제근 교수는 “한글 전용을 고집하면 의학용어의 표준화와 통일을 지연시킨다. 결국 국제화에 장애가 될 것”이라면서 “한글과 한자를 조화시켜 우리말 의학용어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전문용어는 전문가만 정비할 수 있다”면서 “세부영역까지 국어학자들이 모여 정비하는 일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