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라니티딘 퇴출 이후 항궤양제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 품목들이 선전하고 있다. PPI 계열은 물론 기존 H2 수용체 길항제(H2RA) 계열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27일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약품, 대원제약, 보령제약, 동아에스티, 휴텍스제약 등 국내 제약사의 품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처방 규모가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19년 9월 라니티딘 성분 항궤양제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면서 대형 품목들이 대거 판매 중지 조치를 받아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PPI 계열 품목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넥시움'(성분명 에소메프라졸)이다. 이 품목은 현재 대웅제약이 국내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넥시움은 2020년 446억원 처방되며, 전년 대비 7.1% 성장했다. 1위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제품은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이다. 넥시움의 개량신약인 에소메졸은 전년 대비 23.5% 증가한 406억원 처방 실적을 기록했다.
일양약품 놀텍은 2019년 대비 7.91% 오른 352억원 처방됐고, 대원제약 '에스원엠프'는 전년 대비 14.16% 늘어나면서 처음 원외처방액 200억원 고지를 성큼 넘어섰다.
일동제약 라비에트 역시 10.9% 오른 160억원의 처방 실적을 보였고, JW중외제약의 '라베칸'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97억원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본계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의 항궤양제 품목들은 줄줄이 하락세다. 란스톤 엘에프디티는 3.1% 하락한 287억원, 덱실란트 디알은 15.3% 감소한 151억원, 판토록은 11.4% 줄어든 140억원으로 집계됐다.
H2RA 계열은 라푸티딘과 파모티딘 성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라니티딘 퇴출로 인해 가장 크게 수혜를 입은 업체는 보령제약이다.
스토가(성분명 라푸티딘)는 작년 196억원 처방되며 선두를 달렸다. 이는 2019년 149억원에 비해 31.5% 성장한 것이다.
보령제약은 정부의 라니티딘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스토가에 대한 NDMA 등 불순물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해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왔다.
동아에스티의 동아 가스터 역시 파모티딘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동아 가스터는 지난해 109억원어치 처방되며 세자릿수(130.3%) 성장을 이뤄냈다.
동아 가스터는 현재 일동제약이 공동판매 및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는 앞서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을 코프로모션 한 터라 병의원 구분 없이 시장 확대에 협력하고 있다.
그 뒤를 한미약품이 추격하고 있다. 한미파모티딘은 2019년 22억원 처방됐지만, 1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62억원으로 실적이 껑충 뛰었다.
휴텍스제약은 휴텍스 파모티딘과 함께 니자티딘 성분의 '액시티딘'을 보유하고 있다. 둘 다 세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급등하고 있다.
휴텍스 파모티딘은 전년 대비 185.6% 증가한 62억원, 액시티딘은 같은 기간 244.9% 뛴 51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대화제약의 '가스트릭'(성분명 록사티딘)은 전년 대비 25.2% 상승한 18억원이었으며, 같은 성분인 신풍제약의 '록사겐'은 2019년 대비 54% 성장한 1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궤양제 내 PPI 계열과 H2RA 계열의 장단점이 달라 환자에 맞게 처방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라니티딘 퇴출 후 위축됐던 H2RA 계열 품목들이 라푸티딘과 파모티딘 성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나가 올해는 시장 점유율을 더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