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 위협하는 당뇨…'당뇨망막병증' 주의보
성인 실명(失明) 원인 1위…당사자 '자살 위험도' 증가 등 삶의 질 급락
2023.05.16 05:40 댓글쓰기

“눈이 갑자기 안 좋아지더니 갑자기 까만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내 실명 원인 1위인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당뇨병성 망막병증(당뇨망막병증)이란 당뇨환자가 오랜기간 고혈당에 노출되면서 망막이 손상되는 안과 합병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녹내장, 삼출성 황반병성 등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으로 꼽힌다.


망막은 눈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막으로 여러 층의 막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는 신경세포와 광수용기세포가 있어 빛을 감지해 얻은 시각정보를 처리·통합,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한다.


망막은 뇌와 더불어 인체에서 혈관들이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어 고혈당으로 인한 혈관 손상의 주요 표적이 된다. 이를 당뇨망막병증이라 부른다.


유병기간 따라 위험도 증가…11년 이상에선 40% 발생


국내에서도 당뇨환자가 늘어나면서 당뇨망막병증을 앓는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1~2021) 당뇨망막병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6만7441명이다. 


지난 2011년 25만4199명에서 2021년 36만7441명으로 약 44.5% 증가했다.


학계에서는 당뇨망막병증이 당뇨병을 앓는 유병기간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있다. 이는 지난 2010~2012년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당뇨 진단 당시 당뇨망막병증 유병율은 1.9%에 그치지만 유병 기간이 6~10년일 경우 22.9% 달했다. 유병기간 11년 이상에서는 4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당뇨망막병증은 ‘비증식성’과 ‘증식성’ 등으로 나뉜다.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말초혈관 순환장애로 혈관이 막히면 망막 위에 출혈이 생기고, 허혈성 변화로 신경막이 부어오른 단계를 말한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이 더욱 진행된 상태로 망막에 새로운 혈관이 자라는 과정에서 신생 혈관이 쉽게 터져서 눈 속에 심각한 출혈을 야기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때 심한 경우 실명을 하기도 한다.


자각 증상 없어 조기발견 어려워 '정기적인 검진' 필요


당뇨망막병증의 가장 큰 문제는 병이 생겨도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한동안 보통 시력을 유지하기에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고 이미 증상을 느꼈다면 병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당뇨망막병증은 환자 삶의 질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환자 자살 위험도는 1.4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최근 10년간(2010~2020년) 3대 실명 질환 진단 환자 280만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만3205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특히 자살 사망자 중 당뇨망막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2572명(57%)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녹내장(48%), 삼출성 황반변성(9%)보다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당뇨망막병증이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인 만큼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도 정기적인 안저검사로 당뇨망막병증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국 교수는 “주요 실명 질환은 환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미치기에 가족을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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