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의료진이 더욱 적극적으로 다음 감염병에 대비, 진료체계를 수립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의료정책 관련 전문가 의견 반영 및 공감대 확산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12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코로나19 미래와 대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백애린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 '감염병 등급 변화에 따른 코로나19 대응, 진료체계 변화와 의사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각종 검사 코로나 발생 후 2년간 거의 전무, 장소‧인력‧프로토콜 등 대비 필요”
백애린 교수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각종 검사나 치료 등을 제한하는 병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 감염병 유행 시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료체계를 수립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 중증도가 떨어지면서 그간 멈췄던 각 과별 다양한 검사, 시술, 수술 등이 재개되고 보호구가 간소화됐다”며 “하지만 오미크론 초기까지만 해도 의료계 편견과 무관심으로 필요한 의료 제공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백애린 교수에 따르면 순천향 부천병원 역시 각종 검사가 코로나 발생 후 2년 동안 거의 전무했다.
그는 “하지만 델타 유행 시점에 음압수술실 처음 만들어 1~2건을 시작으로 올해 2월부터는 수술건수가 급증했다. 음압수술실이 없어도 각 병원 감염관리팀이나 검사실 등의 협조로 프로토콜 짜놓으면 각종 검사나 수술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적절한 장소와 프로토콜, 충분한 인력 등을 준비해 다음 감염병 대비해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 주도 통제와 명령 시스템 안에서 소극적 의료에 갇혔던 것을 탈피하고 의사들 스스로 전문적 지식과 직업적 소신을 바탕으로 2등급 전환 후 진료체계를 세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상 확보‧배정, 치료비 지원 등 우수했지만 의료인력 확보는 병원 책임?
또한 백애린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를 겪으며 방역과 병상 확보, 병상 배정, 치료비 배정 등에는 적극 나섰지만 정작 병상에서 근무해야 할 의료인력 확보에는 아무 대책도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행정명령 및 여러 공공의료원 및 사립병원 이용한 전담병원 지정으로 10배의 손실보상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필요한 병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병상 배정 역시 보건소와 중수본이 확보된 병상을 신속하게 배정하고, 정부가 치료비를 모두 부담하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병상에서 일하는 인력은 각 병원 재량이었다”며 “국내 의료체계 자체가 이미 의사와 간호사 모두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실정인데 자체적으로 인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음 겪어보는 감염병에 대책이 없어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