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횡령 배임 및 부정회계 처리, 주가조작 등으로 수사 이슈가 자주 불거졌던 지난해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계묘년 첫 소식을 알린 곳은 신풍제약이다. 작년 12월 고위 임원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확정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3일 신풍제약은 "당사 임원인 전무 노 씨의 업무상 횡령 및 배임혐의 발생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최종적으로 검찰의 공소장을 입수해 이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구랍 1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부장 성상욱)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노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번에 신풍제약이 밝힌 횡령 및 배임금액은 약 63억417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약 57억원, 배임 약 5억원 등이다. 이는 신풍제약 자기자본 1.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노 씨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의약품 원재료 납품업체와 가공 거래 후 차액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추후 법원 판결에 변동될 수 있고, 혐의에 대한 확정사실 발생 시 관련사항을 공시하겠다"면서도 "앞으로 진행되는 제반 사항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작년 10월에는 서울제약이 부정회계처리 혐의로 고발당해 거래가 정지된 후 한 달 만인 11월 다시 시장에 복귀했다. 최종적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제외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매출 허위 계상 및 외부감사 방해 혐의로 서울제약을 검찰에 고발했고 회사는 27억489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위원회는 前 대표이사, 임원 등 관계자 2명에게도 4억774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건일제약 공금횡령 '조사'·일양약품 "주가조작 사과"
건일제약은 지난해 8월 임직원들이 사내 공금 약 2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종로경찰서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들은 법인카드 사용, 현금 부정 사용, 가공 자산, 급여·상여 조작 등으로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목된 핵심 인물은 퇴사한 상태였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연구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띄웠다는 의혹을 받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당한 바 있다.
결국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과했다.
김 대표는 "당시 연구 초기단계를 발표했고 자본이 없는 국내 제약사들이 빠른 시간에 기술을 수출해 파트너를 찾기 위한 홍보수단이기도 했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횡령·배임 발생 신라젠·코오롱티슈진 '거래 재개'
앞서 임원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장기간 거래가 정지됐다가 지난해 10월 극적으로 시장에 복귀한 기업은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이다.
신라젠은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 등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 발생 후 2년 5개월, 코오롱티슈진은 2019년 5월 '인보사' 사태 및 임원진 횡령‧배임이 발생한지 3년 5개월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지난 1월에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최대 규모의 횡령사건이 헬스케어 업계에서 터지면서 화제가 됐다.
치과 기자재 기업 오스템임플란트직원이 22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작년 말 검찰은 해당 직원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 밖에 경남제약헬스케어도 횡령·배임 및 분식회계 혐의로 지난 2018년 3월 거래 정지된 후 21개월 만에 시장에 복귀했다.
회사 주요 관계자 3인은 자기자본 3.15%에 해당하는 13억6000만원 규모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업계에서 연평균 2.8건의 횡령배임사건이 발생했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분석결과 2017년부터 2022년 초 사이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서 발생한 관련 사건은 총 102건이었으며, 그 중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기업은 14건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