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국가 건강검진 시 환자가 간절히 원해 경구용 장정결제를 처방하면 부당청구로 실사를 받게 된다. 기존 장정결제 복용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 바꿔주고 싶어도 현 제도 내에선 불가능하다."
올해로 창립 2주년을 맞이한 한국건강검진학회는 14일 SC컨벤션센터서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검진 제도 문제점을 꼬집었다.
보통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선 장을 비워내는 장정결제를 마셔야 한다. 그러나 특유의 맛과 향, 많은 양을 물과 함께 마셔야 하는 탓에 대장내시경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복약 편의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효과도 좋은 경구용 장정결제가 등장, 사용되고 있지만 국가 대장암 검진에선 '그림의 떡'으로 사용할 수 없다.
신창록 회장[사진 左]은 "환자가 마셔야 하는 장정결제를 도저히 못 먹겠다고 알약을 달라고 해도 비급여로도 쓸 수 없다. 부당청구로 실사를 받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제도선 부당청구로 실사 다반사, 환자 원하면 분리 청구" 제안
이어 "이 문제 개선을 위해 대장암 국가검진 시 장정결제만 분리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에는 검진 비용에 약제비가 포함돼 있어 처방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천편일률적 종합세트형 검진에서 탈피해 개인 연령이나 병력, 가족력, 생활습관 등을 고려한 맞춤형 검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중증, 응급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할 상급종합병원들이 건강검진센터를 확대하고, 제약사 등이 설립한 검진 전문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다는 것.
학회는 정부가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상급병원의 국가검진을 제한하고 검진 시행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검진기관들의 행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신 회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90%가 검진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검진업무와 과도한 홍보로 지역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기관들, 기업들의 직장 검진 유치 및 공장식 검진을 수행하는 검진 전문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국민 가장 가까이에서 건강을 책임지는 일차의료기관의 검진영역은 고사하고 있다"며 "맞춤형 검진에 최적화된 검진기관으로 수년 동안 검진 대상자를 봐 왔던 동네의원, 즉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근태 이사장은 "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면 결과를 담은 책자를 보내주는데, 환자들이 그걸 들고 동네의원을 온다"며 "그 내용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며, 검사한 사람만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진의 핵심은 사후관리에 있다"며 "질환 의심자 확진 검사 수검률을 높이고 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수검자에 대한 꼼꼼한 상담과 교육이 수반돼야 검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검진기관들 난립을 막아야 한다"며 "이와 함께 확진 검사 항목 부실, 검진결과 상담료 수가 미책정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4주기 건강검진기관 중간 평가 결과에서 2번 연속 진단 항목 '미흡' 판정을 받아 해당 항목 검진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들이 나오면서 학회에서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박근태 이사장은 "2년 연속 '미흡'이 나오면 해당 업무 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3년 연속 '미흡'으로 평가되면 검진기관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며 "그런데 한 분야에서 갑자기 많은 미흡 처분이 나와 원인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은 검진기관이 많지만 지방의 경우 그렇지 않아 지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평가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하는지 등을 검토하고 회원들에게 공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