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관련 논란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던 대한병원협회가 거금을 들여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제기돼 왔던 △직제 재설계 △임원 구성 △의사결정 프로세스 재정립 등 전반적인 조직 개선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대학병원 등 단일 사업장의 경영환경 개선 등을 위한 컨설팅은 일반적이지만 이익단체의 조직 개선 컨설팅은 이례적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는 일명 ‘협회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조직 개선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조직 개선 컨설팅은 1959년 협회 설립 이래 62년 만에 처음이다.
관련 예산은 5000만원으로 오는 26일까지 접수를 받고 5월부터 본격적인 컨설팅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컨설팅 추진은 지난해 불거진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반목에 기인한다.
당시 대학병원 원장들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동조하는 정영호 병협회장 행보에 강하게 반발했고, 대학병원 소속 임원들의 줄사퇴로 이어졌다.
특히 사립대의료원협의회와 사립대학병원협회 등은 정영호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극한 대립 상황이 전개됐다.
정영호 회장은 해당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내고, 대학병원과의 갈등 봉합을 위해 ‘정책현안 비상 특별위원회’와 ‘조직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학병원 원장들은 지나치게 중소병원에 치중된 대한병원협회 회무 운영에 우려를 나타내며 대학병원들의 세(勢) 규합 필요성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김성덕 회장을 필두로 중소병원 중심의 병원협회를 견제할 별도 단체 설립이 추진됐고, 수 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 3월 대한대학병원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대학병원협의회는 추후 대한병원협회와의 결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심상찮게 전개되면서 병협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조직 쇄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번 컨설팅은 그 맥락에서 진행됐다.
컨설팅에서는 현행 조직 및 인사제도의 적합성 진단과 함께 효율적 업무추진을 위한 조직 개편 및 인력 구성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특히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회장 교차출마 방식을 비롯한 임원 선출 및 구성에 대한 진단도 이뤄진다. 지난해 내홍의 발단이 됐던 의사결정 프로세스도 전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병협 관계자는 “다양한 직능별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추진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 재설계 및 이를 통한 회무 활성화 및 연속성 확보를 위한 컨설팅”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현재 153명의 임원과 26명의 상임고문으로 운영 되고 있다. 사무국의 경우 1급 6명, 2급 12명, 3급 16명, 4~5급 22명 등 총 56명이 근무 중이다.
산하에 12개 시도병원회(지역)와 중소병원회, 요양병원회, 전문병원회, 의료법인연합회, 수련병원협의회 등 5개 특별병원회(직능)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