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의료원 의사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등 타 직군의 만족도는 지방의료원이 타 의료기관 대비 전반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은다.
간호직, 보건직, 간호조무직 등이 주를 이루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의 실태조사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임금, 인력, 인사승진, 조직문화, 일과 삶의 균형, 업무량 등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서 지방의료원 종사자들이 사립대병원, 국립대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민간중소병원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안종기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보건의료노조 창립 2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해당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현장 조합원 실태조사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설문에 응답한 누적 인원은 46만771명에 달했으며 1999년, 2000년, 2003년, 2006년은 제외됐다.
그간 응답자는 간호직(60% 전후반), 보건직, 간호조무직, 기능직·운영지원직, 사무·행정직 순으로 많았다.
우선 고용안정, 조직문화, 안전보건, 일과 삶의 균형, 임금수준, 인사승진, 업무량, 인력수준 등 '직장만족도'의 경우 지방의료원은 국립대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에서 만족도가 상승세였다.
지방의료원은 2013년까지 전체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국립대병원을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임금에 대한 만족도의 경우 지방의료원은 2009년 전체 평균보다 낮은 하위권이었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만족도가 상승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등극했다.
인력수준은 2019년 20% 대에서 시작해 만족도가 상승해 지난해 36%로 타 기관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안전보건은 매년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58%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상승해 지난해 다시 2018년 수준을 회복했다.
인사승진 만족도도 비슷하다. 지방의료원은 2009년부터 20% 중반 만족도를 유지하면서 하위권에 위치했지만 2012년부터 전체 평균 이상을 기록하면서 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특히 이는 전체 의료기관 응답자 기준으로 불만족 정도가 ▲인력수준 76.3% ▲업무량 65.9% ▲인사승진 64.5% ▲임금수준 63.4% 등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되는 결과다.
자긍심·자율성 꾸준 상승, 이직 고려 55% 그쳐
업무만족도 항목은 ▲고용안정 75.5% ▲자긍심 71.7% ▲자율성 67.7% ▲이직고려경험 66.5% 등으로 집계됐다.
지방의료원은 업무만족도에서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자긍심 측면에서 지방의료원은 2009년 75%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속하다, 2013년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며 2021년 87%로 매우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자율성도 타 병원 대비 가장 만족도가 높았으며, 능력 발휘 기회에 대해서도 70%대를 기록하며 타 기관 대비 매우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래성 또한 2018년 66%를 기록하며 타 의료기관 대비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이후 완만히 상승했다.
이직 고려 태도는 2019년을 제외하고는 이직태도가 가장 낮은 기관이었다. 지난해에는 55% 수준으로 평균인 68% 및 타 기관에 비해 고려 정도가 낮았다.
타 기관의 이직 고려율은 지난해 기준 민간중소병원 74%, 사립대병원 72%, 특수목적공공병원 65%, 국립대병원 63% 등의 순이었다.
안종기 교수는 "대체로 사립대병원 노동자 평가가 가장 낮은 양상이 지속되는 반면 지방의료원 노동자 상황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며 "지방의료원은 노동여건 측면에서 개선이 가장 분명하게 이뤄진 곳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인력수준, 임금수준 등 절대수준에서는 아직 미흡한 지표들이 존재하나, 대부분 항목이 과반의 만족도를 기록할 만큼 타 기관에 비해 직장 여건이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사직만 놓고 보면 지방의료원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은미 의원(정의당)이 보건복지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의사 정원을 충족한 곳은 11곳에 그쳤다.
진안군, 순천, 성남시의료원 등 정원의 3분의 1을 채우지 못한 곳도 많았다. 대부분이 열악한 근무환경, 업무량, 정주여건 등이 원인으로, 기관장과의 갈등이 불만족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악한 곳에서 적은 연봉으로도 잘 근무하던 지방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원장의 전횡과 간섭에 지쳐 사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료원장은 노조와는 적당히 타협하면서 노조가 없는 의사 직역에게는 황당한 지시를 한다. 다시 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