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도입되는 ‘상병수당’과 관련해 제도 안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의료기관들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제도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얻어지는 실익 등 유도 기전이 미약해 적극적인 참여 대신 일단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아파서 쉬는 경우 소득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제도다. 병가 기간을 넘어 장기치료가 필요한 경우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나라는 건강보험에서 상병수당을 지급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상병수당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다.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지속됐고, 오는 7월부터 제도화 타당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범사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 모집을 시작했다. 예비수요 신청을 받은 후 6월 22일까지 참여 의료기관을 정식 등록키로 했다.
시범사업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구, 경기도 부천시, 경북 포항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경남 창원시 등 6곳을 선정했다.
상병수당의 핵심은 아픈 근로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상병수당 신청을 위한 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의 상병을 진단해 해당 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점과 일을 할 수 없는 기간을 판단해 해당 환자가 상병수당 지원 대상인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상병수당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의사들 참여가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시범사업 역시 최대한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해야 객관적인 평가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진행된 예비수요 신청에서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고, 정식 등록기한을 일주일 앞둔 현재까지도 참여 의료기관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기관들의 참여율 저조는 보다 강력한 유도기전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상병수당 신청용 진단서를 작성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별도의 진단서 발급비용을 보전받는다. 즉 진단비 비용이 실익의 전부다.
더욱이 상병수당 진단서 발급 자격은 참여 의료기관에 근무 중이면서 해당 교육을 이수한 의사만 가능하다. 진단서 발급을 위해 별도의 교육까지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충남 천안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원장은 “지자체로부터 안내를 받기는 했지만 참여 여부는 아직 고민 중”이라며 “제도 취지는 좋지만 의료기관의 참여 동기가 미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일단 예정대로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신청기한을 설정하기 보다 시범사업 진행 중에도 수시로 신청을 받기로 궤도를 수정했다.
가능한 많은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보다. 최대치나 최소치 등 참여기관수 규모도 마련하지 않았다.
아울러 유도기전에 대한 일선 의료기관들의 불만을 감안해 상병수당 진단서 발급비용과 함께 시범사업 참여에 따른 별도의 연구지원수당 지급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처음 시도되는 제도인 만큼 일선 의료기관들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참여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은 정책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 연구인 만큼 보다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해 상병수당 제도화의 초석을 놓아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