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가 소위 서울 소재 빅5병원의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던지자 병원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최근 병의협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PA 불법의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빅5 병원 중 2곳 의료진 23명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이보다 앞서 병의협이 의사회원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3명의 응답자 가운데 80.5%(727명)가 PA의 불법 의료행위를 목격했다고 답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또한 PA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고 면허 범위 이외의 불법적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의료기관들의 PA 운영 실태를 수면 위로 끌어내야 한다는 여론이 사실상 굳어진 가운데 병의협이 먼저 처벌을 통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고발당한 의료진이 속한 병원들은 일단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도 “내부적으로 우리도 불법적 의료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PA 운영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불법행위는 다른 영역”이라며 “최근 사건과 관련해 과별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某 종합병원 관계자는 “인턴도, 레지던트도 없어서 PA가 어쩔 수 없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며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고발 이전에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더기 고발에 교수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조심하라고는 하는데 PA가 이미 돌아가는 상황에서 자기 맘대로 업무를 떠넘기는 의사가 있으면 적발되는 것 아니냐. 병원에서 일일이 통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대학병원 B교수는 “지금 이뤄지는 전수조사는 요식행위다. 불법행위를 하는 과를 병원이 모를 리가 있냐”라고 반문하면서 “PA가 어제, 오늘 있던 포지션도 아닌데 개별 의료기관이 당장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병원은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몰라도 시스템 상에 놓인 의료진들은 내부 고발자라는 위험부담에 더해 범죄자 취급까지 받는 것 아니냐”며 “PA를 안 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2012년경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모 대학병원의 PA 진료행위를 고발, 해당 PA가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시 병원장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불법행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언 이외에도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 C종합병원 전문의는 “소위 현행범으로 적발될 가능성이 낮을 뿐이지 PA 사안으로 떳떳한 의사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말을 맞출 우려 때문에 수술실 CCTV 운영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