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현장 실정 외면 '암 적정성평가' 불만 폭증
"초기 암환자도 다학제 진료 등 평가지표 비현실적이고 천편일률적 기준" 비판
2022.07.25 05:41 댓글쓰기

[임수민‧이슬비 기자 공동취재] 다학제 진료가 암(癌) 적정성 평가 지표에 포함되면서 일선 암 진료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함께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진료 형태인 만큼 환자를 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천편일률적 적용은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 하반기부터 대장암, 위암, 폐암에 대한 2주기 암 적정성 평가를 성과 중심 체제로 전면 개편, 시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암 평가는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항암·방사선치료 환자와 말기암 환자로 평가영역을 확대, 암 적정성 평가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주목되는 부분은 대장암·위암·폐암 모두 암환자가 초기 단계부터 진단 및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학제 진료 비율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기본과정 준수 여부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성과 중심 평가체제를 적용, 진료서비스 전(全) 영역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암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어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해서 치료 전후 다학제 진료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진료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난치암, 재발암 등 고난도 수술 필요 환자들에 다학제 진료 적합"


난치암이나 재발암 등 고난도 수술 뿐 아니라 초기암 등 표준치료가 정해진 환자까지 일괄 다학제 진료를 해야 하는 탓에 과도한 지표라는 지적이다.


규모별 의료기관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평가지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열악한 중소병원에서의 다학제 진료는 활성화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암 치료 현장에서는 단순 협진 시스템에서 나아가 이러한 다학제 진료는 실제 확대되는 추세다.


적정성 평가 계획 발표와 맞물려 근래 상급종합병원들에서는 다학제 진료시스템이 통상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차의과대학 일산차병원은 이달 세계 최초로 ‘다학제 암케어 전문 글로벌 통합센터’를 오픈하고 본격 진료를 시작했다. 혈액종양내과·재활의학과·정신과 전문의에 더해 한의과 교수도 합류했다.  


금년 4월 개원한 단국대병원 암센터는 환자맞춤형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표방하며 첫 출발을 알렸다. 여의도성모병원도 같은 목표로 지난 3월 호흡기폐암센터를 개소했다. 


강동성심병원은 올해 초 위암·대장암·폐암 등 중증질환 대상으로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중소병원-대형병원 일괄 적용 등 현장과 괴리된 평가지표 


그러나 다학제 진료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적용해 이른바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도권 소재 A상급종합병원 암병원장은 “본래 다학제 진료는 난치암·재발암 등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표준치료 만으로도 충분한 초기암 등에는 다학제 진료가 불필요 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평가지표에 대해 현장의 반발이 적잖다”며 “모든 암환자에게 다학제 진료를 실시토록 유도하는 평가지료가 초래할 부작용이 적잖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원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학제 진료는 한 명의 암환자를 위해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야 하고, 경영적 측면에서 많은 시간·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중소병원에서는 활성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B상급종합병원 암병원장은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역거점병원의 적정성 평가지표를 다르게 적용해야 암치료 불균형이 해소된다”며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이어 “난치암과 재발암에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합리적 접근"이라며 "모든 암환자에게 다학제 진료를 적용토록 하는 평가 방식은 비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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