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가운데 "정신의료기관 CCTV 설치 운영 시 환자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권고결정문을 통해 이 같은 정책을 제언했다.
지난 2022년 12월 전국 40개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권위가 현장조사를 시행한 결과,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없어 CCTV 설치와 관련한 법률상 절차 준수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입원실을 갖춘 정신의료기관은 사생활 침해가 현저히 우려되는 장소에 영상정보 처리기기 설치·운영을 이미 허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복지부의 '의료기관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일부에 불과했다.
우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온라인 누리집을 운영하는 경우 CCTV 설치 사실 및 운영·관리 방침을 게시해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 현장조사 결과, 누리집을 운영하는 35개 병원 중 CCTV 설치 사실을 게시하지 않은 병원은 26곳(74%)으로 확인됐다.
공개장소에 해당하는 병원·응급실 내 접수창구·대기실·복도 등은 안내문 부착 후 CCTV를 설치할 수 있고, 진료실·입원실·수술실 등은 비공개 공간에 해당해 환자와 보호자 동의를 얻어야 설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침 역시 현장에서는 혼선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게 인권위 조사 결과다.
인권위는 "해당 지침은 외부 출입이 불가한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일부 병원은 입원 당시 환자에게 CCTV 설치 동의를 받고 일부 병원은 안내문만 고지했다"고 밝혔다.
실제 입원환자 102명을 면담조사한 결과, 66명(65%)만 "입원 전에 CCTV 설치 사실을 고지받았다"고 답했다.
또 CCTV 설치·운영자는 촬영목적 및 장소·촬영시간·보관기간 등을 명시한 CCTV 운영·관리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
인권위는 "복지부는 정신의료기관 특성을 반영한 CCTV 설치·운영 지침을 마련해서 현장 혼선을 해소해야 한다"며 "환자 사생활과 자유를 보호해 인권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