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수술 후 발생한 병원감염성폐렴으로 사망에 이른 환자와 관련해 의료기관은 과실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박준민)는 사망한 환자 A씨 유가족 등이 의료법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환자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서울 노원구 소재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 비뇨의학과 외래에 내원했다.
A씨는 병원에서 PSA 및 경직장 전립선 초음파 등 검사 결과,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2020년 2월 25일 로봇 보조 복강경하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술 다음날부터 A씨는 침상 아래로 내려오려고 하거나 도뇨관, JP 배액관 등을 잡아당기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의료진은 수술 후 섬망이라고 판단해 진정을 위해 할로페리돌(haloperidol)을 투여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같은 날 시행한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는 특별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수술 후 3일이 경과한 날 새벽 A씨가 도뇨관을 가위로 자르려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자 의료진은 할로페리돌 및 아티반 등을 투여했다.
이날 오전부터 A씨는 구음장애 및 양측 하지 위약감으로 인한 보행장애 등을 보였다.
신경과 교수는 MRI 검사 결과, 급성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폐렴과 섬망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진행한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 보다 진행된 폐렴 소견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A씨를 중환자실로 전실하면서 항생제를 투여하고 네블라이져 적용, 산소마스크 또는 비강캐눌라로 산소 공급, 흡인 등의 처치를 시행했다.
3월 1일 A씨 산소포화도가 감소하는 등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악화, 의료진은 기관내 삽관을 시행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상태가 일부 호전돼 11일 기관내 삽관을 발관했으나, 상태가 다시 악화돼 삽관을 시행했다.
하지만 A씨 가족 거부로 20일 기관내 삽관 발관 후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23일 병원감염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한 치료 중 호흡 부전 악화로 사망했다.
“A씨, 고령에 7시간 장기간 수술…폐렴 발생만으로 의료진 과실 인정 어려워”
이에 A씨 배우자 등 유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A씨는 수술 후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사망했다”며 “병원은 환자에게 흡인 처치 등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감염방지 및 관리의무를 해태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이 사건 수술 부작용으로 인한 폐혈증이나 패혈성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병원 의료진에게 A씨 폐렴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의료진이 철저한 감염관리체계를 갖추고 수술을 진행해도 감염은 발생원인 및 경로가 다양해 완전한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A씨가 병원에 입원한 기간에 폐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이 세균 감염 예방조치를 게을리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더욱이 A씨는 수술 당시 나이가 73세로 고령이고 총 마취시간이 7시간에 달하는 수술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진이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A씨가 수술 후 보인 섬망 증상이 폐렴에 의한 것인데 정신과 질환으로 오진했다는 원고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섬망은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노인 수술 환자의 경우 발생률이 10~15%에 이른다”며 “섬망 증상을 진정하기 위해 투여한 할로페리돌과 아티반 등이 A씨 폐렴 증상을 악화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은 A씨 상황이 악화되자 발관 후 기관절개술, 인공호흡기 재삽관을 시도하려 했으나 가족 반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망인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