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차별 정책으로 대한민국 노인의료 붕괴"
남충희 회장 "생존 위협 현실, 본인부담상한제 등 가혹한 제도 개선 절실" 호소
2023.07.17 05:48 댓글쓰기



“요양병원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노인의료 붕괴는 불가피합니다. 제도권을 향한 단순한 불만이 아닌 생존을 위한 마지막 호소입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노인환자 증가세가 확연하지만 정작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요양병원들은 줄도산 사태에 직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요양병원 억제 일환으로 도입된 일당정액제를 비롯해 각종 정책에서 소외되면서 그야말로 요양병원들은 아사(餓死) 직전에 내몰려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요양병원 차별 정책으로 노인의료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노인의료 붕괴 속도가 가파르다”라고 토로했다.


요양병원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0여개 이상의 요양병원이 문을 닫았고, 올해 들어서는 벌써 5개월 만에 50곳이 폐업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요양병원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요양병원들 폐업 위기는 이미 수 년 전부터 감지돼 왔다. 


실제 2010년 867개였던 요양병원은 2020년 1582개로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2021년 1464개, 2022년 1434개로 급작스러운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요양병원 폐업률은 6.5%로, 병원급 의료기관을 제치고 처음으로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남충희 회장은 “회원병원들은 물이 턱밑까지 차올랐는데 탈출구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의 요양병원 차별 정책이 노인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다”라고 힐난했다.   


특히 가장 심각한 차별 정책 중 하나로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별도의 본인부담 상한선 설정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까지 요양병원에 120일 초과 입원한 소득 1~3구간(소득 하위 50%)에 한해 급성기병원보다 45~62만원 높은 본인부담 상한액을 설정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차단’이라는 명목 하에 120일 초과 입원환자 본인부담 상한액을 급성기병원보다 최대 234만원 높였다. 


이에 따라 소득 10분위 본인부담 상한액은 급성기병원의 경우 780만원이지만 요양병원은1014만으로 크게 높아져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났다.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은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이 입원하는 의료기관인데 이런 식으로 보장성을 축소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줄도산, 경영지표 빨간불

방문진료‧방문재활, 요양병원만 불가

혜택 제공은 ‘옹색’, 운영 기준은 ‘까탈’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 정책은 비단 본인부담 상한제가 그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제도에도 요양병원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현재 방문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시범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방문재활 역시 재활의료기관으로 자격이 제한돼 있다.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에는 다양한 전문의와 간호인력,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고 있는 만큼 퇴원환자 방문진료, 방문재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원환자 안전관리료와 야간 전담 간호사 관리료 등 각종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지원금도 불편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입원환자 한 명 당 안전관리료 수가는 200병상 이상 병원이 3350원, 100~200병상 1270원, 200병상 이상 1540원이지만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은 아예 책정된 수가가 없다.


정부는 야간 전담 간호사 관리료와 야간간호료를 급성기병원에만 지급해 요양병원 간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또한 현재 급성기 병원은 2~3인실 상급병실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요양병원은 대상에서 제외돼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입원환자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감염 관리를 위해 급성기병원과 동일하게 상급병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VRE, CRE 등 다제내성균을 비롯해 다양한 감염병 환자들이 요양병원 격리실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제대로된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급 격리실 수가는 1인실 19만5800원, 2인실 13만1880원, 다인실 11만1420원인 반면 요양병원은 1인실 12만5460원, 2인실 8만3640원, 다인실 7만260원으로 현저히 낮다.


뿐만 아니라 급성기 병원에는 적용하지 않는 입원료 체감제를 시행해 격리실 입원 후 16~30일이면 입원료 10%, 31일 이후에는 15%를 삭감당한다.


이 처럼 수가 등 제공하는 혜택에는 상당한 제한을 두면서도 당직 간호사 등 각종 인력기준은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성기 병원의 야간 당직간호사 기준은 환자 200명 당 2명인 반면 요양병원은 80명 당 1명을 적용하고 있다.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은 야간 응급진료가 많지 않음에도 당직간호사 기준을 강화해 낮시간에 집중해야 할 간호의 질을 떨어뜨리고,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을 멈추고 노인환자들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잘못된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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