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약품을 불법 취득했거나, 분실물을 습득하고도 관리 단체에 알리지 않은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월 17일 의협 경만호 회장과 오석중 의무이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 노연홍 식약청장을 만나 "국민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약침액의 성분을 분석하고, 불법적인 약침액의 대량 제조와 유통, 사용 등을 근절해 달라"면서 실태조사와 행정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의협이 식약청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약침액이 불법 절취·습득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대한약침학회(회장 강대인)는 4일 “학회가 조제시설을 제공하고 한의사가 직접 와 약침을 조제한 후, 약침이력조회 시스템을 통해 유통·관리하고 있다. 의협은 약침액을 절취하거나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약침액은 비급여로 인정된 엄연한 의약품이다. 의협의 이러한 행동은 의약품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취급해야 할 의약단체가 오히려 의약품을 함부로 다뤘다는 뜻이다. 의협은 약침액의 입수경로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대한약침학회의 약침이력시스템 조회 결과, 이날 의협이 식약청에 제공한 약침액은 전 대통령 한방 주치의인 신현대 원장이 대표로 있는 H한의원에서 주문했던 의약품으로 밝혀졌다. 현재 해당 한의원은 "의협에 약침액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침학회 강대인 회장은 “학회에서 조제한 약침액은 고유 바코드를 장착해 약침명, 조제 회원, 조제일시, 배송요청일, 배송처리일 등의 정보를 기록한다. 완벽한 이력추적제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 한의원이 제공하지 않은 약침액을 의협이 입수했을만한 경로는 두 가지이다. 약침액을 취득했거나 분실된 약침액을 입수했을 것”이라면서 “의협이 약침액을 취득했다면 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이고, 분실된 약침액을 입수했다면 분실 사실을 대한약침학회에 알려야 마땅했다. 약침액의 분실 여부를 관리 단체인 학회에 알리지도 않고, 식약청에 들고 간 것은 의료계 단체 중 맏형다운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의협이 약침액의 입수경로에 대한 해명이 없다면, 의협이 의약품인 약침액을 절취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의협이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의협을 의약품 절도로 고소할지 의논할 계획”이라면서 “누구보다 의약품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의약단체가 그렇지 않은 행동을 보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약침학회는 전국의사총연합(대표 노환규)이 최근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강대인 회장은 “지난주 대한약침학회 전국이사회 회의를 통해, 전의총의 광고는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고소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