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시 디지털 치료기기…건강보험 급여화 촉각
정부 이어 산업계 전문가도 논의 개시, "시의성 있게 진입·발전 기회 제공 필요"
2022.12.30 12:47 댓글쓰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의료 활성화 및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혁신의료기기 제품 3종이 이르면 2023년 1월 말 비급여로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12월 15일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 2개, 인공지능 뇌경색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1개 등 총 3개 제품을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에 따른 첫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했다.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의료기기가 의료현장에서 신속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해 지난 10월 31일 마련됐다.


그동안 ▲혁신의료기기 지정 ▲기존 기술여부 확인 ▲혁신의료기술평가 등 개별·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절차를 관련 부처·기관이 동시에 통합심사·평가하게 됐다. 또 통합심사·평가 과정에서 혁신성 인정을 확대하고 혁신의료기술평가 절차와 항목을 간소화했다.


지난 10월 말 총 8개 의료기기가 신청됐으며 심사요건을 충족한 7개 제품을 심사해,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에임메드, 웰트) 2개, 뇌경색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제이엘케이) 1개 등 총 3개 제품을 지정했다.


이번에 지정된 제품 중 이미 허가를 받은 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진단보조소프트웨어’는 혁신의료기술고시 공포기간 30일을 거쳐 이르면 2023년 1월 말부터 비급여로 현장에 투입된다.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 2개 제품은 허가 완료와 동시에 혁신의료기술고시 공포 후 비급여로 의료현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는 인공지능, 디지털 등 의료기기 분야의 첨단기술 활성화를 위해 복지부, 식약처 및 3개 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협업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연이어 출시 예정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포함한 디지털 치료기기 활용 의료행위에 대해 정부는 급여·비급여 여부를 평가하고 혁신기기를 신속하게 진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응 제약바이오협회는 연초 18개 제약기업과 디지털헬스 스타트업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헬스위원회를 설치했다. 의료기기산업협회도 보험위원회 차원에서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관련 업계에선 “디지털 치료기기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만큼 기존 평가 방식으로는 의료행위 수가를 책정할 수 없다”며 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전문평가委 구성 정부, 수가 논의 속도


보건복지부는 최근 디지털의료전문평가위원회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발령했다.


해당 규칙에선 혁신의료기기군 지정 등에 관한 규정의 첨단기술 중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 또는 디지털·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의료행위를 별도 구분, 디지털의료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현재 전문평가위원회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 ▲인체조직전문평가위원회 ▲질병군전문평가위원회 등이 갖춰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앞서 ‘전문평가위원회 운영규정’ 일부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디지털의료 전문평가위원회 신설, 선정기준 마련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AI, 빅데이터기술, 디지털·웨어러블기술 등 관련 분야의 전문적 논의를 위한 위원 확보 및 확대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최근 열린 복지부와 식약처의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조치다. 신설된 전문평가위원회는 인공지능·디지털 분야에 특화해 전문적 심사를 제공하게 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디지털의료전문평가위원회, 디지털의료전문평가 소위원회 신설 및 구성 기준을 구체화한다. 타 위원회와 같이 고정위원 및 관련 분야 학회 등으로 구성하게 된다.


기업들의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제약바이오협회에서도 지난 5월 디지털헬스위원회를 설치, 활용도 높이기에 나선 바 있다.


디지털헬스위원회는 ▲디지털치료제 등 디지털 헬스 관련 연구개발(R&D) 및 지원 ▲디지털헬스 관련 최신 정보 수집 및 이해 제고 ▲디지털헬스 관련 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 ▲디지털헬스 관련 정부부처 정책개발 지원 및 유관단체와 업무 협력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위원회에는 18개 제약기업과 디지털헬스 스타트업 등이 참여했다. 한종현 동화약품 사장을 위원장으로 선임, 지난 6월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위원회는 디지털헬스케어 정체성 확립부터 급여적용과 같은 보건의료 제도권 진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안착과 성장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11개 디지털 치료기기 확증 임상…내년초 1호 출시


국내에선 현재 총 11개 디지털 치료기기의 제품화 단계인 확증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가장 먼저 ‘뇌경색 진단보조소프트웨어’가 내년 초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이에 발맞춰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위해 2차례 정책연구를 시행했다. 급여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한 등재 가이드라인도 준비 중이다. 


복지부는 큰 틀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법령 개정 및 지불제도 개편 등 거버넌스 구축을 목적으로 중장기 정책연구를 추가로 발주, 현재 계약 계다. 


심사평가원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마련하고자 기초자료를 수집했다. 이어 이해관계자인 학계·의료계·산업계·소비자들 의견 수렴 내용을 근거로 급여등재 실행안을 추진 중이다.


수렴된 의견에는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급여 필요성 및 적용 방법’과 관련해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 효과로 임상적 유효성이 있다면 당연히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기기 특성상 시장 진입 기간이 길면 제품이 뒤쳐질 수 있어 패스트트랙을 통한 건강보험 조기 진입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조기 진입 시 선별급여 90% 적용 등 임시등재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처음 도입되는 영역인 만큼 비급여로 하거나 참조가격제처럼 ‘급여+비급여’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피력했다.


‘요양급여 결정 기준’에 대해서는 요양급여 결정 시 기존 표준치료와 비교를 통한 임상적 유효성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표준치료 대비 요구되는 효과성 정도는 의견이 엇갈렸다. 


즉, 표준치료 대비 치료 효과가 비열등 이상인 디지털 치료기기만 등재해야 한다는 의견과 표준치료 대비 치료 효과가 열등한 경우에도 등재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보상 체계 설계는 기존 의료행위 수가와 비교해 일정 비율을 적용하되 원가 기반의 상한금액 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더불어 ‘의사 행위료’와 같은 별도 보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복지부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임상 유효성·비용 효과성 고려”


복지부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은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되 건강보험 관점에서 비용효과성과 환자 비용부담이나 사회적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인 의료기기·의약품과 달리 사용 방식이 의사 처방을 받아 환자가 자택에서 사용하는 형태인 만큼 실제 사용 환경에서 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급여 결정시 환자 순응도에 따른 사용성 평가가 중요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을 적용해 이 기간 내 현장 도입과 활용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정식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결정하는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특정 행위군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성능 차이와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제품별 등재가 필요하다.


혁신의료기술에 해당하는 제품의 경우 선별급여 90% 적용으로 정식등재를 위한 전 단계로서 예비등재(임시등재)를 활용하되 개발 원가·예상 사용량·유지보수 비용 등을 고려한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정식 등재는 올해 또는 내년 초 예상되는 등재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않게 된다. 현재 다양한 지불제도와 재원에 대해 부처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공백 영역으로 남게 된다.


디지털 치료기기와 같은 새로운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급여 적정성 측면에서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조영대 사무관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시공간 제약 해소, 미충족 의료 수요 충족, 환자 중심 의료 전환 등 장점과 함께 진료 효율성 증대 및 의료비 절감 편익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환자 중심에 시간 공간적 제약 없이 접근성 제고가 가능하고 비용 절감의 기회가 된다면 건강보험에 시의성 있게 진입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건강보험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는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 등재를 위해 이해관계자 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보편성·형평성 등 건강보험 기본 가치와 기술혁신 가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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