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사무장병원은 개설 뿐 아니라 명의 변경과 운영도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비의료인과 면허를 내준 의료인, 다른 의료인 명의를 빌려 변경·운영한 비의료인 모두 유죄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최근 비의료인 A씨가 치과의사 B씨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인 C·D씨 명의로 변경해 운영한 사건의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했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치과의사 B씨의 명의로 치과의원을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개설자 명의를 C씨, D씨, E씨로 바꿔가며 운영했다. 또 B씨 명의로 새로운 치과를 개설, 운영하다가 개설자 명의를 H씨로 변경했다.
검사는 이들을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의료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A씨가 C, D, E씨 명의로 운영한 의료기관의 의료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A씨에게 C, D, E씨를 소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법위반방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의료법이 정한 의료기관 '개설'은 '운영'의 의미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각 개설자 명의변경으로 의료기관을 새로 개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검사는 무죄 선고가 부당하다며 상고했고,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순차로 명의를 변경하면서 운영한 기간 동안 각 개설자 명의별로 포괄해 일죄가 성립한다"며 "각 개설자 명의별 범죄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B씨가 A씨에게 C, D, E씨를 소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개설 범행을 방조한 죄가 있으며 실체적 경합범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 성립과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 판결에서 A씨, B씨에 대한 무죄 부분이 파기돼야 한다"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