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삭감의 부당함 또는 권리구제 의식 확대로 심판청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계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등 수월한 처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청구는 다양한 분야에 존재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부분은 요양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을 당했을 때 소송 전(前) 마지막 절차이다. 요양기관이 1차적으로 심평원에 이의신청했지만 이에 불복해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최근 데일리메디가 파악한 결과, 심평원에 접수된 심판청구 건은 13만1000건인데 처리 건수는 7만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6만1000건은 미결로 집계(2018년 7월말 기준)됐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46%의 심판청구 건은 수년째 제대로 된 절차도 밟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상 심판청구의 법정처리 기한이 60일이라는 점이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30일을 연장해 90일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법령 상의 소요기간을 준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구체적으로 심판청구는 2014년 접수된 3만361건은 모두 처리됐지만 2015년부터 미결 건이 쌓여있다. 2015년 2만561건 중 384건, 2016년 4만2521건 중 2만8846건, 2017년 2만1446건 중 1만6132건, 올해 7월 말까지 집계된 1만6233건 중 1만5711건은 미결 건으로 분류된 상태다.
이 중 2016년 접수 건 급증은 PET-CT, 면역조직화학검사 등 급여항목 고시변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통계로 확인할 수 있듯이 심평원은 과거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심판청구 미결 건을 해결 중이다.
그러나 2016년 접수 건이 급증한 것처럼 올해부터 보장성 강화가 가속화되면서 심판청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즉, ‘미결 건 처리’라는 선결과제를 수행해도 그 이상의 접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심평원 내 심판청구 총 정원은 35명으로 구성됐는데, 이처럼 한정된 인원으로 접수 건에 대한 분석 및 답변서 제출 등 처리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직원전담제 운영을 통한 미결 건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과의 유기적 협업을 주요과제로 설정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심평원은 ▲간이식이나 에크모(ECMO) 등 심층분석이 필요한 부분 ▲위 수술시 자동봉합기 개수 조정 등 유형별 처리 ▲유방근치절제술, 장관유착박리술, 사시수술 등 다빈도 항목 ▲전산시스템 개발 등 심판청구 개선작업을 수행 중이다.
"1만원 이하 심판청구 등 행정력 낭비"
심판청구는 요양기관이 삭감 등에 불복해 제기할 수 있는 소송 전 마지막 절차다. 그러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인용, 일부 인용이 결정된 비율은 3% 수준(2017년 기준)이다.
권리구제 의식 향상으로 인해 접수 건이 증가하는 것은 사회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되지만 불합리한 삭감이라는 주장이 인정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 등 악용 사례도 빈번하다.
실제로 1차적으로 이의신청을 거쳐 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 그 액수가 4000원이나 5000원 수준인 경우도 존재한다. 심판청구를 제기하는데 금액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단 걸어보는 식’의 형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미결 건 처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1만원 이하 소액이 접수되는 것은 업무 상 부담이 가중되
는 요인이다. 2만원 이하 소액 건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응을 위한 별도 트랙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의 서면질의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당시 윤 의원은 “일단 신청부터 하고 보자는 행정심판 청구는 심사기능을 마비시키는 등 행정력 낭비의 원인이다. 정확한 급여기준을 마련해 요양기관들이 행정심판 제도를 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류 미비 등 사소한 이유로 행정심판이 청구되지 않도록 요양기관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향후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인해 급여항목이 늘어남에 따라 심판청구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개선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