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한국, 중국, 일본의 장관이 모인 자리에서 ‘보편적 의료보장 및 재난 보건리스크 관리’, ‘감염병 예방 및 대비방안’ 등에 대한 협력 강화 필요성이 확인됐다.
특히 의약품 공급 중단에 따른 위기 상황에 서로 협력하고, 신약에 적정 약가가 책정되도록 하는 등 접근성 강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또 일부 다국적제약사의 의약품 독점권을 이용한 과도한 가격인상 요구에 대한 대처 방안이 논의됐다.
보건복지부는 박능후 장관이 지난 11월24일~25일 이틀 간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린 ‘제11차 한·중·일 보건장관회의’에 참석했다고 26일 밝혔다.
첫 논의 주제인 ‘감염병 예방 및 대비방안’과 관련, 박능후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지난 9월 메르스 확진자 발생 당일 상황을 언급했다.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가동되고, 환자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 실시 및 접촉자 관리 병행 등 신속하고 체계적인 조치를 통해 메르스 추가 발생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박 장관은 한·중·일 3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신·변종 감염병의 발생과 이에 대한 대응은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닌 공통의 대응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건강한 고령화 및 만성질환’과 관련, 한·중·일 3국은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 및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는 건강정책에 대한 접근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현실에 공감했다.
이어 보건의료 정책의 무게중심이 ‘치료’가 아닌 ‘예방관리’로 옮겨져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또 질병 발생 이전에 개인 행태와 사회구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보편적 의료보장 및 재난 보건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도 이들은 의견을 교환했다. 박 장관은 환자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 의약품의 공급 중단 등으로 국민들의 보편적 의료보장이 저해되는 문제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특정 국가의 의약품 공급 중단에 따른 위기 상황에 타국이 협력하고, 신약에 적정약가가 책정되도록 하는 등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해 3국간 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회의기간 중 박능후 장관은 중국 장관, 일본 장관,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West Pacific Regional Director)과 양자면담을 갖고 주요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 네무토 타쿠미(NEMOTO Takumi) 후생노동성대신(장관)과는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의약품 독점권을 이용하여 과도한 가격인상을 요구해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례를 지적하고, 이에 대응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작년 한중일 보건장관회의에서 카토 카스노부 당시 후생 노동성 대신과 양자면담에서 제안한바 있는 보건위기상황에서 백신을 포함한 필수 의약품을 상호 긴급지원해주는 ‘의약품 스와프(SWAP)’ 방안에 대한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중국 마 샤오웨이(MA Xiaowei)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장관)과는 작년 12월 체결된 한-중 보건의료협력 MOU 체결 후속조치로 감염병과 고령화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영수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과는 지난 10년간 처장으로서 서태평양지역에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한국과 WHO간 국가협력전략(Country Cooperation Strategy) 체결을 통해 향후 한-WHO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했다.
한·중·일 보건장관회의는 2007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 제안으로 시작된 이래 매년 순환 개최, 3국의 공통적인 보건의료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대응방안을 논의해 오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중·일 보건장관회의가 2007년 제1차 회의부터 이번 제11차에 이르는 동안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동아시아 지역 보건의료 이슈 논의를 선도해 왔다고 평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3국 장관은 이번 회의 결과를 반영한 공동선언문(별첨)을 채택하였고, 내년도 제12차 회의는 순번에 따라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