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이후 음압격리병실 설치는 감염병 관리 차원에서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음압격리병실을 갖춰야 하는 종합병원 이상은 그 자체가 가진 의미와 함께 투자비용 대비 경영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그 가치를 금융공학기법으로 따져봤을 때, 800병상급 상급종합병원이 만든 6개 음압격리병실의 순현재가치(NPV)는 26억8600만원, 400병상급 종합병원이 만든 2개의 음압격리병실은 2억38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의료법 상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100병상 당 1개의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해야 하는 시행규칙에 근거해 800병상급은 6개 음압격리병실을, 400병상급은 2개의 음압격리병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전제를 뒀다.
2일 서울 임패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30차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연구가 발표돼 주목받았다.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동환 박사(연구조정실 자원정책연구팀)[사진]는 ‘미래 위험과 편익의 평가’를 주제로 ▲호흡기 감염병 발생 및 유행의 불확실성 ▲음압격리병실 설치 및 운영에 대해 논했다.
이번 연구는 음압격리병실 6개를 갖춘 상급종합병원(800~899병상), 2개를 갖춘 종합병원(400~499병상)을 대상(병원명 등 비공개)으로 경제성분석을 진행했다. 향후 20년 동안 3번의 감염병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계산된 것이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에 설치된 음압격리병실은 21억9700만원의 편익이 발생하고 종합병원은 6억4800만원의 편익이 발생했다. 여기서 편익은 운영편익(순편익)과 감염병 유행 시 운영편익을 포함한 값이다.
다만, 음압격리병실 설치 및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을 반영하면 종합병원은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라는 점이 드러났다. 상급종합병원은 편익-비용은 11억1500만원인 반면 종합병원은 –4300만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박사는 “메르스가 창궐한 2015년을 되돌아보면 상급종합병원이 경영상 힘든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입원환자를 받지 못해서다. 향후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음압격리병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면 이 손실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편익-비용이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은 설치 및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운영편익 보다 높아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수치를 보면 종합병원에 설치된 음압격리병실은 경영 상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성이 없다는 지표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의 상황변화를 감안한 실물옵션 가치를 계산하면 상급종합병원은 15억7100만원, 종합병원은 2억8100만원으로 집계된다는 주장이다.
실물옵션 가치에 편익-비용을 더한 순현재가치(NPV)를 집계하면 평가대상 상급종합병원은 26억8600만원의 가치를, 종합병원은 23억8000원의 가치를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감염병 유행 추이를 설정해 불확실한 미래의 음압격리병실 편익과 가치를 추계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전통적 가치평가에 실물옵션이라는 불확실성의 가치를 더하니 새로운 수치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미래의 위험과 편익 추정을 시도할 계획이다. 내재가치 추정 시에는 불확실성의 가치를 고려하고 확정적 평가가 어려울 때는 유연성의 가치를 고려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