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10년만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소송을 재추진키로 함에 따라 당연지정제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점화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의협은 25일 의사의 진료권 및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 개선 차원에서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청구하기로 하고, 청구인 모집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번 위헌소송은 지난 2002년 10월 합헌 판결이 난 바 있는 ‘당연지정제 관련 위헌소송’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노환규 회장이 취임 당시부터 피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당연지정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에 개선 사항을 권고했다.
‘국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는 한, 진료과목별 수가의 불균형 및 동일 진료과목 내 행위별 수가간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고, 의학의 새로운 발전과 기술개발에 부응하는 진료수가의 조정을 통해 시설규모나 설비투자의 차이, 의료인에게 의료기술발전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신 의료기술의 신속한 반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개선 권고 사항이 곧,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합헌 판결이 의료인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측면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차원에서의 판단으로 보고 있다.
의협은 “다만, 강제적 규정보다는 민간의료기관이 의료보험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판결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료수가에 대한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의료분야에 대한 특수성과 다양성의 반영 역시 미흡한 상태라는 점에서 의료계는 이같이 위헌소송을 재추진키로 한 것이다.
의협은 “더 나아가 정부의 획일화되고 경직된 규제와 통제 위주의 의료정책은 의사의 동기부여는 커녕 소신진료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형곤 대변인은 “이번 위헌소송은 헌법재판소의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무런 개선의 노력이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의료계에서 바라보는 당연지정제도의 문제점도 재차 환기시켰다. 송 대변인은 “이 제도는 모든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면서 공공의료기관으로 편입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의료기관의 영업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행 의료법상 의사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상 근본적인 제한이 가해지고 있는 모순까지 발생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송 대변인은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및 기호가 무시된 채 건강보험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보편적 진료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하여, 의료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대변인은 “현재는 헌재 판결 당시와는 여러모로 의료환경이 많이 변해 있어 다시 한 번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