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자격을 취득한지 2개월만에 지위를 악용, 20대 여환자를 수 차례 성추행한 인턴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은 성폭력범죄처벌법(업무상위력에의한추행)으로 기소된 의학전문대학원출신 인턴 의사 A씨에게 징역 6월에 1년간 집행유예를 판결했다. 이어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역시 명령했다.
법원은 성추행 및 수사·재판과정에서 여환자가 받은 심한 정신적 고통, 범죄의사가 환자에 한 번도 사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 징역형을 결정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경남 양산 소재 모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중이던 인턴 A씨는 2012년 4월경 복통을 호소하며 찾아온 20대 여환자 B씨에게 진료를 빙자해 성추행하기 위해 "속옷을 벗고 바지 지퍼를 내리고 누워있으라"고 지시했다.
A씨는 성추행 범죄가 들킬 것을 대비해 구석진 침상에 환자를 눕히고 담요를 덮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여환자에게 "가슴과 자궁이 부어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라며 브래지어와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신체를 만졌다.
A씨가 여환자의 신체를 추행한 횟수는 네 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 십여분간 여환자의 직업, 연락처 등을 묻는 등 진료를 가장한 변태행위가 이뤄졌다.
병원 퇴원 직후 의사로부터 추행을 당했다는 느낌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여환자 B씨는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인턴의사 A씨를 고소했다.
법정에 선 A씨는 "병원 침상에서 여환자의 가슴과 음부를 만진 사실이 없고, 나머지 신체접촉은 정당한 진료권 범위 내에서 이뤄진 행위로 성추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의무기록, CCTV 영상, 인턴수련교육지침서, 의사 및 여환자측 진술 등을 근거로 인턴의사 유죄를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인턴지침서에 적시된 청진을 생략하고 과도하게 촉진(신체진료)에 의존했고 한 두 차례 촉진을 통해 진찰을 마치고 나서도 추가로 환자 신체를 만지는 등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A씨는 두 차례 촉진 후에야 위장약을 투여했는데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처음부터 위장약을 투여치 않은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턴 의사는 위장약을 투여한지 15분만에 다시 여환자를 찾아가 아직 약효가 없다는 이유로 가슴과 하복부 촉진을 시행했는데 약효가 충분히 나타날만한 시간적 간격이 없었음에도 환자 신체를 만진 것은 성추행 의도가 담긴 범죄"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