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의료분쟁 시장 공략을 위한 의료전문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간호사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습이다.
임상현장을 넘어 보건교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으로의 진출이 일반화 된지 오래이고 최근에는 보험회사나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간호사 구인이 활발한 상황이다.
각 분야에서 의료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문인력 수요가 많아지고, 의사보다 상대적으로 구인이나 인건비 부담이 적은 간호사 채용이 활성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간호사를 채용하는 변호사 사무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의료소송이 늘면서 변호사들이 필요에 의해 임상경험이 많은 간호사 채용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소송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학지식이 수반돼야 하지만 의사 출신 변호사가 아닌 이상 진료기록 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간호사들을 채용하게 된다는 전언이다.
실제 법률사무소에 재직하는 간호사들은 대학교와 임상현장에서 습득한 의학지식을 토대로 진료기록 파악부터 자문, 상담 등 사건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를 돕는다.
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료소송을 주력으로 하는 경우 의학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의사는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 부담도 높아 간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간호사들 역시 새로운 진출 영역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3교대 근무 기피현상 등으로 임상현장을 등지는 간호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최근 법무법인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고 고심 중”이라며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병원 보다 편한 근무환경에 끌리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원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인력의 외부 유출에 대한 우려감이 높은 상황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임상현장을 떠나려는 간호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미미한 규모라고는 하지만 간호인력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법조계에서의 간호사 채용 인기는 의료소송 증가 및 의료전문 변호사 증가와도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소송 접수 건수는 전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된 1989년 69건에 불과했지만 2000년 초반까지 연평균 40% 이상 증가율을 보이다가 그 이후로 60%까지 증가하는 추세다.
의료전문 변호사 역시 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의료전문 변호사는 총 54명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행 첫해 20명 수준이던 의료전문 변호사 수는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변호사들에게 의료시장이 매력적인 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의료전문 변호사의 소속기관을 살펴보면 법무법인 세승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강, 광장, 화우 등은 2명의 전문 변호사가 등록돼 있었다.
이 외에도 법무법인 영진, 가교, 원, 연, 서로, 광개토, 바른, 세영, 고도, 에이스 등 총 29개 로펌이 1~2명의 의료전문 변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펌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의료전문 변호사에 등록된 경우는 16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