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대학병원들이 최신형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 시스템을 앞 다퉈 도입하며 로봇수술 패러다임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빈치 Xi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가 지난 2014년 말 출시한 4세대 로봇수술기 모델로 3세대인 다빈치 Si보다 기능과 편의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개의 로봇 팔이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기존 149°에서 177°로 커져 로봇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도 더 넓은 부위를 수술할 수 있다. 팔의 길이가 5㎝ 늘어났고 굵기도 약 6㎜ 가늘어져 최소 절개수술이 어려웠던 인체의 복잡하고 깊은 부위까지도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기구 설치 과정인 ‘도킹’(docking)을 약 1분 30초 만에 완료할 수 있어 신속한 수술이 가능하다.
대당 가격이 30억원을 뛰어 넘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감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술을 정교하고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빈치Xi를 구입한 의료기관은 총 10곳이다.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울산대학교병원 ▲강남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부산인제대백병원 ▲고려대학교구로병원 등이 Xi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2대, 2015년 8대가 잇따라 도입됐다. 부산인제대백병원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등 2곳이 2015년 12월 말 Xi 대열에 합류했다.
병원들은 Xi를 활용해 로봇수술의 새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국내 대학병원 중 다빈치 Xi를 최초로 도입한 곳은 울산대병원이다. 2014년 12월 31일 두 명의 전립선암 환자를 첫 수술한 이후 1년여 만에 수술 100례를 달성했다. 2015년 3월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Xi로 직장암 수술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
세브란스병원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Xi를 이용한 표준 수술법 정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수술법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울산대병원에 이어 Xi를 두 번째로 도입해 2014년 12월 29일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가 72세 전립선암 환자를 수술했다.
한림대의료원은 2015년 3월 100억원이상의 거액을 투입해 강남성심, 동탄성심, 한림대성심에 Xi 3대를 설치하고 로봇수술센터를 신설했다. 같은 해 4월 29일 아시아에서 최초로 Xi를 이용해 72세 위암 환자의 위 전체를 잘라내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위전절제술에 성공했다.
국립대병원 중 Xi를 도입한 병원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유일하다. 부·울·경 지역에서는 최초로 지난 3월 27일 로봇심장수술을 실시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로봇수술 비용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보편화되고 적응증이 늘어남에 따라 더이상 도입을 늦추기 어렵다”며 “이제는 로봇수술 가능 여부가 병원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