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마수(魔手)가 의료계에도 뻗쳤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최순실 일가가 단골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차병원그룹과 김영재성형외과의원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섰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학교병원장은 김영재 원장을 외래의사로 위촉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담당의, 대통령 자문의사”···언니 최순득까지 ‘대리처방’ 의혹?
차병원은 최순실씨가 ‘차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사제를 대신 처방받아갔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차병원은 10일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차움을 방문하거나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순실씨가 2010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차움에서 진료를 받았고, 최씨 담당의사였던 김모 교수가 대통령 자문의사로 위촉된 사실은 확인됐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씨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진료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병원 측은 “최씨가 김씨로부터 종합비타민 주사제(IVNT)를 반복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본인이 방문하거나 또는 전화로 요청한 후 최씨 비서가 의약품을 수령해 간 것으로 대리처방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주사제는 대리처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씨의 친언니 최순득씨도 차움에서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았다는 내부관계자 폭로가 나오면서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날 JTBC '뉴스룸'은 내부관계자 말을 인용해서 "대선을 앞둔 2012년 말부터 차움에서 작성된 최순득씨 진료기록지에 청와대와 대통령을 뜻하는 ‘청’이나 ‘안가’ 등이 기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차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2013년 3월부터 2014년 10월정도까지다. 정윤회 문건이 터지기 전까지”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 자문의 김씨는 ‘최순득씨가 아파서 주사를 못 맞는 환자’라고 말해 주사제가 누구에게 처방됐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중심병원 전폭 지원, 최순실 입김 아니다”
차병원은 최순실씨의 비호로 현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금년 1월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의 6개 부처 대통령 업무보고 ▲ 5월, 9월 박근혜 대통령 경제사절단 동행 ▲ 5월 차움 줄기세포연구팀 체세포 복제배아연구 조건부 승인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 선정 192억원 국고지원 등 차병원이 성사시킨 사업이 모두 특혜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특혜 논란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는 10일 설명자료를 통해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를 조건부 승인한 것은 종전 허가된 두 차례 연구와 마찬가지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의결을 바탕으로 동일한 절차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줄기세포 연구 승인은 2009년 차병원에서 1건, 2005년 황우석 박사에게 1건 승인된 바 있다.
분당차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하고 192억5000만원을 국고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2015년 국회 여야 의원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10개 연구중심병원 중 R&D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4개 병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비서울권인 아주대병원과 분당차병원에 37억5000만원의 예산이 증액됐다는 것이다.
분당차병원 2016년 지원 예산은 9개월 분 18억7500만원이고 12개월 기준은 25억인데, 다른 연구중심병원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8년9개월동안 지원받는 예산이 192억5000만원이다.
차병원 연구소에서 개최된 간담회와 관련해서도 “재생의료는 기술 발전이 빠르고 융합이 활발해 산‧학‧연‧병 다양한 분야의 현장 의견수렴이 필요한 만큼 의학전문대학원, 연구소, 기업 등이 집결된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병원도 최순실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정했다. 중국 경제 사절단 동행에 대해서는 “보건산업진흥원이 해외 진출에 성공한 병원을 선정, 추천한 것으로 차병원이 유일하게 미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이란 순방과 관련해서는 “이란과 국교 수교 후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CMG 제약이 이란 키미아라사에 유착방지제인 하이펜 수출에 대한 MOU를 체결함에 따라 진흥원의 참여 요청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와 KB인베스트먼트 한국벤처투자조합은 복지부가 조성한 1500억원 규모의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솔리더스는 지난 2011년 차병원그룹에서 설립한 벤처캐피탈(VC)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병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과 차케어스가 각각 58.2%와 3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운용사 선정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차병원그룹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특혜 우려를 일축했다.
◆ 최순실씨가 대통령 주치의 출신 서창석 병원장에 압력?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최순실씨 모녀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측에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7월 김영재 원장을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위촉했다가 2주 만에 해촉했다. 서창석 원장은 "최순실씨 입김 때문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김 원장을 위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중국 VVIP환자의 요청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원장 부인인 박모씨가 직접 병원으로 찾아와 중국 VVIP 환자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김 원장으로부처 금실 리프팅 시술을 받길 원한다고 말해 김 원장을 외래 교수로 위촉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센터에서 진료를 보려면 서울대병원 교수여야하기 때문에 김 원장을 외래교수로 위촉했었다”며 “그러나 중국 VVIP 환자가 한국을 방문한 이후 검진을 받으러 오지 않아 김 모 원장 위촉도 2주 만에 없었던 일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최순실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외교 문제 때문에 중국 VVIP 환자의 신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일이 최씨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Y의료기기 회사의 안면조직고정용실을 서울대병원에서 사용하지 않는데도 서 원장의 압력 때문에 지난달부터 납품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올해 2월 구매 신청을 했다”며 서 원장과의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서 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 부인의 부탁만으로 전문의도 아닌 일반의를 외래의사로 위촉하려 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 원장은 과거 의료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력도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지방흡입수술 등 진료기록을 언론에 공개해 이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김영재 원장측 “세월호 7시간 골프장서 운동”
청와대는 10일 최순실씨 모녀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성형외과의원에 대해 청와대수석들까지 나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영재 원장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동행했고, 김원장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J화장품이 올해 청와대 설 선물세트로 선정돼 납품됐으며 유명 S면세점에도 입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사절단은 청와대가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자발적으로 신청한 뒤 비행기 티켓까지 직접 구매해 동행했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유망 중소기업과 화장품 산업 육성 차원에서 해당 업체를 비롯해 4개 회사의 제품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해당 병원의 해외 진출을 챙기다가 무산되자 해임됐고, 안종범 전 경제수석까지 대통령 지시를 받아 해외 진출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의혹이 여전하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이 업체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한 일부 인터넷 매체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으로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인천 청라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며 2014년 4월 16일 당시의 고속도로 하이패스 기록과 골프장 결제 카드전표 사본을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결제 카드 명의는 김 원장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 자료를 밝혀 ‘세월호 7시간 논란’과의 선을 그었지만, 김 원장이 실제 사용자가 아닐 수도 있어 당시 고속도로와 골프장에서의 CCTV 화면이 있어야 의혹이 해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