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비선실세 최순실(60)씨와 언니 최순득(64)씨 이름으로 주사제를 처방받은 정황이 차움의원 진료기록에서 확인됐다.
박 대통령 혈액도 차움의원으로 반출돼 대통령 자문의 김상만씨가 최순실씨 이름으로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와 직결된 국가 원수의 건강 관리가 민간을 통해 이뤄졌는데도 대통령 주치의나 청와대 의무실장이 김상만씨 진료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무시스템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복지부가 발표한 강남구 보건소 조사 결과를 보면 김씨는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된 이후 2013년 9월 2일 최순실씨 진료차트에 ‘안가(검사)’라고 적고 대통령 혈액을 검사했다. 김씨는 같은해 8월6일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김씨는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대통령 혈액을 최순실씨 이름으로 검사한 것”이라고 보건소 조사에서 진술했다. 앞서 8월 29일 기록에도 안가(검사) 문구가 적혀 있지만 대통령 혈액을 가져오지 않아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9월 4일에는 ‘러시아 출장 안가’라고 적었는데, 김씨는 조사에서 대통령 출장 시 의무실에 구비되지 않은 상비약을 최순실씨 이름으로 챙겨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2013년 9월2일부터 2014년 3월17일까지는 최순득씨를 통해 대리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최순득씨 진료기록에 ‘청’, ‘안가’로 적고 주사제를 9차례 처방했다.
김씨는 “의무실에 필요한 약이 구비되지 않아 본인이 최순득씨 이름으로 처방한 다음에 직접 청와대로 가져가 정맥주사인 경우 간호장교가 주사하거나 (직무 후에) 피하주사인 경우 본인이 직접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보건소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밀 사항인 대통령의 건강 정보가 민간에 노출된 셈이 된다.
더욱이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2014년 8월 교체)과 의무실장이었던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2013년 말 교체)는 언론을 통해 ‘김씨의 박 대통령 진료 사실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이병석 원장은 노컷뉴스 인터뷰에서 “김씨가 밤에 첨와대에 들어와서 박 대통령을 독대 치료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인 치료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김원호 교수도 “내 기억으로는 김씨의 의무기록이 아예 없었다. 의무실에 박 대통령의 진료나 치료에 관한 약물 등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주치의와 청와대에 24시간 상주하는 의무실장이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라면 청와대의 공식 진료체계가 무너진 셈이 된다.
이번 조사에서 김씨가 처방한 주사제 성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차움과 김씨가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일반 영양주사제다. 영양주사제라면 김씨가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할 이유가 없다.
최순실씨 진료챠트에는 향정신성의약품(자낙스 0.25mg, 리보트릴정, 리제정)이 자주 기재돼 있었지만 대리처방 의심 기록에 처방 내역은 없었다.
복지부는 "이번 행정조사 상으로는 대리처방 여부 등이 추가로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수사 당국에 추가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차움의원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밀리에 진료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청와대 의무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