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침습’, ‘최첨단’을 자랑하는 수술로봇의 시장성이 주목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수술로봇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이 개발한 것과 비슷한 ‘보급형 로봇’ 생산에 그치기보다는 첨단 기술 적용을 통해 독창적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개최된 제8회 한국의료경영학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의료로봇연구단 황민호 박사는 국내 수술로봇 동향을 소개하며 “최소침습·미세수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로봇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KAIST에서는 ‘APOLLON'이라는 단일공 복강경 로봇을 개발 중이다. 아폴론은 수술용 베드에 여러 개의 로봇 팔을 붙이는 형태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조작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1.5kg 상당의 무게를 들 수 있는 팔꿈치 관절을 보유하고 있어 성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황 박사는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da Vinci) 시리즈와 경쟁하기 위한 보급형 모델 개발이 한창”이라며 “국내서도 미래컴퍼니의 레보아이(Revo-i)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로봇 생산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종합병원급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단가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별도의 절개 없이 입, 항문, 질, 요도 등 몸의 자연개구부를 통해 로봇팔을 넣어 수술하는 노츠(NOTES, 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 나 각막·미세신경·혈관 등을 봉합하는 미세수술 분야의 로봇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다양한 수술로봇들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가천대학교 길병원 백정흠 교수
[사진 左]는 “편의성만 놓고 보자면 수술로봇을 이용하기보다 직접 수술하는 것이 편리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수술로봇이 병원 이미지 차원에서 효과가 좋기 때문에 유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수술로봇은 병원 시설이 첨단화돼 있다는 인상을 환자에게 심어 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보다 월등히 뛰어난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며 “도입 초기 많은 관심을 받은 노츠도 몸 속에서 봉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단점이 보완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수술로봇이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 보급형 제품을 통해 선진국과 경쟁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 발전을 통해 수술로봇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분석했다.
백 교수는 “이미 구글과 존슨앤드존슨 등 선진국의 거대기업이 수술로봇의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형태의 보급형 모델로 경쟁하려 한다면 제품이 완성됐을 때 그들은 또 앞서나가고 있을 것”이라며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을 도입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융합한 새로운 로봇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황민호 박사는 “향후 5년의 변화가 지난 50년 변화보다 빠른 시대에서 무조건적인 베끼기로는 따라잡기가 힘들다”며 “현재 수술로봇들의 거품을 없애는 데 전념하면서 한편으로는 ‘로봇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수술분야를 개척하면 로봇 제품의 성공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