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인공지능(AI) 활용이 영상판독을 넘어 음성인식과 약물 추천, 응급환자 예측 등 다양한 분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 도입이 ‘파격적 혁신’에서 ‘익숙한 변화’로 정착되고 있지만 실제 진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려면 의사 역할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개최된 중앙대병원 의료 인공지능 세미나에서는 의료AI 솔루션인 왓슨 포 온콜로지를 개발한 IBM과 국내 의료AI 전문업체 뷰노가 각사의 딥러닝 엔진이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IBM은 자사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의료 분야에서 총 다섯 가지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유명한 것은 암 진단 보조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국내에서는 길병원이 최초로 도입했고 이후 부산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 건양대병원 및 계명대 동산병원 등에서 연이어 암 진단 보조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조선대병원과 전남대학교병원 및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도 왓슨을 도입해 본격적으로 진료에 착수하면서 영·호남권 모두 왓슨 포 온콜로지를 진료에 활용하게 됐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총 116명의 암환자 진료에 왓슨을 활용했는데 의료진 결정과 88% 가량의 일치율을 보였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경우 부인암에서 80~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왓슨의 또 다른 솔루션은 이외에도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를 추정하고 개인화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왓슨 포 제노믹스(Watson for Genomics)와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및 치료에 적합한 약물을 찾기 원하는 병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왓슨 포 드럭 디스커버리(Watson for Drug Discovery)등이 존재한다. 드럭 디스커버리는 현재 화이자가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또한 새로이 발굴되는 신약후보물질의 부작용 등을 기존 의약품과 비교해 예측하는 왓슨 포 클리니컬 트라이얼 매칭(Watson for Clinical Trial Matching), 영상 이미지 분석으로 특정 질병의 진단 및 치료법을 제안하는 왓슨 포 클리니컬 이미징 리뷰(Watson for Clinical Trial Imaging Review)가 존재한다.
IBM 김승연 실장은 “이외에도 메드트로닉과 당뇨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의 생산성을 높이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딥러닝 엔진을 통해 세계 이미지 인식기술 대회에서 구글을 제치며 유명세를 탄 바 있는 인공지능 전문기업 뷰노(VUNO)의 사업총괄 이재철 이사도 “의료영상 분석을 넘어 바이오시그널, EMR 레코드 등을 활용해 병변을 검출하고 환자의 상태이상 여부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뷰노가 원래 강점을 가지고 있던 분야는 의료영상 분석을 통한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DILD) 진단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골 연령을 판독하는 프로그램인 ‘본에이지’를 개발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본에이지는 약 1만장에 달하는 엑스레이 데이터를 학습해 일반적으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뼈 나이 측정 작업을 4~5초 내로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약 92%의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말 경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미지 분석뿐만 아니라 병실에서 생체신호를 측정·분석해서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킬 것인지의 여부를 수 시간 전에 판단할 수 있는 ‘DeepEWS’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이재철 이사는 “심박수와 체온, Systolic BP 등을 분석해 심정지 전조를 파악하고 그 외 다양한 응급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며 “현재 92%가량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으며 병원 정보 시스템과 연동해 효율적 모니터링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종병원에서 연구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대목동병원과는 병원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의학전문용어 및 한글을 학습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성병 진단 등 각종 질환 연구에 딥러닝 엔진을 확대 적용하는 시도를 계속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질병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기존 의료진과 하는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병원 입장에서 꼭 도입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적용 분야가 확대되는 만큼 그 정밀도에 대한 명확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다른 전문의도 “인공지능 엔진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면 의사가 하는 판독 작업을 똑같이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사람의 눈으로 지나치기 쉬운 미세한 부분을 짚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현장에서도 진단 보조 도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중앙대학교 의료ICT융합연구소 장세경 소장은 “인공지능 연구와 도입에 있어 각 병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병원 혁신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깊을 것”이라며 “병원 발전뿐만 아니라 젊은 의사들의 도전이 위축되지 않도록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