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응급의료체계 마비가 심각한 가운데, 일부 대학병원에서 발열 환자 등 특정 환자를 거부하는 일명 ‘환자 골라받기’를 공공연하게 일삼아 환자 이송에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19는 불가능, 사설구급차는 가능? 환자 골라받는 대학병원 응급실’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심정지가 발생해 급히 119 구급차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어머니는 이미 병상이 포화상태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지만, 사설구급차를 통해 이송된 환자는 진료를 받아 병원이 임의로 ‘환자 골라받기’를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지난 9일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어머니가 심정지가 발생해 119로 A병원에 이송됐지만 병상 포화상태로 이송을 거부당했다. 하지만 이후 사설구급차를 통해 전원된 심정지 환자는 간호사 분류실로 향하더니 (내가) 떠나는 순간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A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병상 포화로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부해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B병원이 아닌 약 20분 가까이 걸리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며 “반면 사설구급차나 자가용을 이용한 환자는 수용을 허용해 병원응급실에서 119와 사설구급차, 그리고 걸어오는 환자를 골라서 받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병원이 119에 행하는 갑질으로 서울 시내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119나 사설구급차, 자가용을 이용하는 환자에게 모두 똑같은 룰이 적용될 수 있도록 환자를 골라받기 하는 대학병원 응급실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코로나19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이송을 포함한 전반적인 응급의료체계 마비로 인해 구급대 이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구급차를 코로나 접종센터에 전진 배치하거나 경증 확진자 이송에 활용하는 등 상대적으로 비응급인 코로나 업무에 투입함으로써 원거리 출동이 잦아지는 와중에 병원마저 ‘환자 골라받기를’ 공공연하게 일삼으며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구조가 지연되는 것이다.
응급구조사들 또한 코로나19 이전에는 병원에 사전 연락 없이 근거리 중심으로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환자의 코로나19 증상 여부에 따른 ‘병원 선정’ 작업을 거쳐야 해 환자 이송에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환자가 문진 시 본인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병원 도착 시 실제로 증상이 변화하는 경우 재이송이 필요해 이송 시간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응급구조사 A씨는 “병원 선정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는 사전 연락 없이 환자를 이송했는데, 지금은 열이 있으면 미리 병원에 연락을 해야 되고 격리실이 없으면 타지역이나 다른 병원에 전화해야 한다”며 “그것도 안 되면 더 먼 곳으로 연락한다. 단순 허리 통증인데 환자가 갈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3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별 격리실 수용 기준이 상이하고 격리실 상황 공유가 지연되는 것 역시 환자 이송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됐다.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공공보건의료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병원별 격리실 기준 등이 상이해 환자 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병원 격리실 수용 기준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격리실 자원 현황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공유돼야 한다”며 “병원과 구급대원 개별 단위에서 유선 연락을 통해 격리실 수용을 협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 차원에서의 신속하고 정확하게 격리실 자원 현황을 파악하고 공유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