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간호사 수를 늘리기 위해 간호학과 학사편입 수학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 간호사들이 실습 및 교육 질(質) 저하를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2월 9일 전국 10개 국립대 간호대학장을 만나 간호학과 학사편입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신설을 논의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교육부에 간호사 증원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 데 따른 조처다.
특별과정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거나 그에 준하는 학력을 가진 사람이 간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2년 동안 공부하는 과정이다.
현행 간호학과 편입생이 학부 2∼4학년 과정을 3년 동안 듣는 반면, 특별과정은 졸업에 걸리는 시간이 1년 단축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연간 간호사 1000명을 추가로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도 지난해 12월초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통해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직접 임상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단순히 간호사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간호계와 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고 젊은 간호사가 모인 젊은 간호사회는 “간호사 수련과정을 줄여 더 빨리 양산한다고 해도 간호인력 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최근 10년간 간호학과 입학 정원을 꾸준히 확대했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근거”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간호대학 수는 지난 2006년 127개에서 2020년 203개로 증가하고, 입학정원 역시 같은 기간 1만1159명에서 2만762명으로 86% 증가했다.
하지만 지방은 물론 수도권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등에서도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개선이 없는 실정이다.
“간호 질 고려하지 않고 숫자 늘리기 집착하는 일차원적 생각”
또한 간호사들은 간호학과 수학 기간 단축은 수업 및 임상실습 질 저하를 야기해 전체 간호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某대학병원 3년차 간호사 A씨는 “4년 동안 배우기도 힘들고 분량이 많은데 2년에 끝내려면 교육 질(質)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간호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숫자 늘리기에 집착하는 일차원적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이미 절반은 의료현장을 떠났다. 단순 숫자를 늘릴 문제가 아닌 숙련간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 또한 “2년만 공부해서 충분히 간호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간호학과가 4년일 필요가 없다”며 “제2의 간호조무사 양성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집중간호학사 특별과정 신설에 찬성하고 나선 대한간호협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젊은 간호사회는 “간호협회는 국가가 간호학과 2년 집중학사과정을 신설하려 해도 반대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앞에서는 삭발하더니 뒤에서는 뒷통수를 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