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거짓으로 29차례에 걸처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면허정지가 합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A씨는 환자에게 지지요법에 의한 치료를 진행한 후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서 거짓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대구 수성구 소재 정신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다.
그는 2016년 2월 5일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B씨가 근무를 위해 병원을 외출한 날 진료 사실이 없음에도 B씨를 진료했다고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지지요법에 의해 B씨를 진료했다고 주장했는데, 지지요법이란 ‘환자의 건전한 방어 기전들을 강화하고 심리적 장애요인을 억제해 정신장애를 해소 내지 경감하는 목적의 치료에 부합하는 적절한 요법’을 말한다.
A씨는 이후 같은해 3월 25일까지 총 29회에 걸쳐 이 같은 방식으로 진료기록부를 거짓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2020년 7월 22일 의료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 및 상고를 진행했지만 원심형이 확정됐다.
보건복지부장관도 같은 이유로 2022년 2월 24일 A씨에 대해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법원 “환자 면담 진행 후 진료기록부 작성했어도 ‘치료’ 아니다”
하지만 A씨는 환자 B씨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저녁 시간 지지요법에 의한 진료행위를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사실을 부인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 고시나 정신건강 관련 의학회 입장 등에 따르면 지지요법과 관련해서는 별도 시간 제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지요법에 10분 이상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확장해석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이번 판결은 지지요법이 10분 이상 이뤄져야 함을 전제로 한 것이라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 진술 등에 따르면 그는 근무일에 주로 아침 7시에 병원을 나서 일을 마치고 오후 6시경 병원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씨는 조사 과정에서 근무일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재활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법원은 “A씨 주장대로 외출 후 저녁시간에 B씨와 면담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스스로 진료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면담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치료에 소요된 시간이 10분에 이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지지요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 진술과 사실조회 결과 등 관련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A씨 행위는 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행위는 의료법의 입법 취지나 국민 생명‧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