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간판 제거술 후 발목 발가락 이상…"8500만원 배상"
법원 "기구조작 과실 인정되고 주의의무 소홀, 의료진 손배 책임"
2023.07.06 05:22 댓글쓰기

추간판 제거술 이후 오른쪽 발목과 발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등 족하수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난 환자와 관련, 의료진에게 85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정우정)은 환자 A씨가 학교법인 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0년 12월 1일 엉치통증을 느껴 창원시 소재 병원에 방문해 MRI 검사를 받았고, 3일 뒤 학교법인 B가 운영하는 C병원에서 ‘요추 제4-5번 추간판 탈출증’을 진단받았다.


A씨는 그 후 약 한 달 동안 약물치료를 이어갔으나 별다른 호전이 없자 C병원 소속 의사 권유로 2021년 1월 양방향 내시경적 추간판 제거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술 직후부터 오른쪽 발목과 발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A씨는 현재도 오른쪽 발 부분의 족하수 증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족하수 증상은 근육의 이상이나 신경의 압박 또는 손상 등으로 근육이 악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쪽으로 당기지 못 해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이다.


A씨는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신경학적 이상이 없었는데 수술 직후부터 오른쪽 발목과 발가락에 이상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경근 손상이 양방향 척추 내시경적 추간판 제거술의 합병증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하면 족하수 증상은 이번 수술로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진료기록감정의 또한 "수술 중 어떤 원인으로 신경손상이 발생해 족하수가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경근의 견인이나 수술 중 조작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이상증상은 수술 중 신경근 견인이나 기구 조작상 잘못으로 인한 개연성이 크다"며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 역시 A씨에게 수술 과정에서 신경근이 손상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탈출된 추간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경근의 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술 방식 자체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술기록을 보면 의료진이 신경근을 당겨 젖힌 상태에서 추간판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시술기구를 섬세하게 조작하지 못하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의료진은 수술 도중 A씨에게 '신경이 당겨지는데 취약하다', '허용 범위 안에서 당기는 수술 했는데 아마 디스크 조각이 집어서 꺼내고 하다 보니까 밀린 것 같다'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판부는 A씨 신경근 손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의료진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그들은 "수술 당시 A씨는 추간판이 심하게 튀어나와 척수 부위 반 이상을 차지한 상태로 일반적인 경우보다 신경근을 더 많이 견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의료진 책임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