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살 빼는 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만성 신장질환까지 치료 범위를 확대하는 임상시험을 국내에서도 실시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에 대한 만성 신장질환 적응증 추가를 위한 2상 임상계획을 승인했다.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만성 신장질환 시험대상자에게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1.0mg과 위약 대비 위고비의 주1회 피하투여 방식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 등을 확인한다.
이번 임상은 오는 12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전 세계 4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다국가 임상이다.
한국에서는 임상시험 대상자 32명을 모집해 부산대병원, 일산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서울성모병원, 한양대구리병원, 고대구로병원 등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진행된 글로벌 임상에서 위고비는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확보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캐서린 터틀 교수가 최근 유럽신장학회에서 임상 3상 SELECT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는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해 만성 신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신부전과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임상에는 제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 질환을 모두 앓는 환자 3533명이 참여했다. 참가자 중 절반은 3년간 매주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맞았고, 나머지 절반은 매주 위약을 맞았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환자는 투석 또는 신장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24% 떨어졌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은 위약군에 비해 심장마비를 포함한 주요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9% 낮았으며, 연구 기간 동안 모든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20% 감소했다.
한편, 위고비는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서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30㎏/㎡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승인됐다.
위고비는 약물이 사전에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이며, 초기 용량으로 주 1회 0.25㎎으로 시작해 16주가 지난 이후 유지용량으로 주 1회 2.4㎎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하는 방식으로 투약한다.
임상시험에서 68주간 고용량 위고비를 주사 맞은 참가자들은 체중이 평균 1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56주간 평균 7.5% 감량된 삭센다보다 훨씬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매일 1회 투여해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주 1회만 맞으면 돼 사용 편의성과 체중 감량 효과 측면에서 많은 환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고비는 비급여 품목으로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지 않다. 미국에서 위고비 한 달 기준 가격은 약 1350달러(약 180만원)로, 삭센다에 비해 3~6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