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 정부의 전문의 중심병원 추진 등에 따라 대형병원들 전문의 채용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의료대란 사태에 ‘전문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평년과 동일한 규모로 임상강사 모집에 나서면서 현 상황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서울대병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도 임상강사(Fellow) 선발 공고’를 살펴보면 총 305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도 30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 수련병원들은 매년 이 맘 때 대규모 임상강사 모집에 나선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진료인력이자 예비 교수인력인 만큼 대학병원들의 채용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올해는 사상초유의 의료대란 사태 속에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 되고 있고, 정부가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임상강사 채용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대형병원이 전문의 채용을 확대할 경우 지방 전문의들이 쏠릴 공산이 큰 만큼 지방병원들의 인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내년도 임상강사 채용을 예년 수준에서 진행키로 했다.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파견인원을 포함해 총 305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3년 동안 300명 안팎의 임상강사 채용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에 동요하지 않는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진료과목별로 살펴보면 내과가 71명으로 전년과 동일했고, 외과(30명), 소아청소년과(25명), 영상의학과(16명), 정형외과‧안과(14명) 등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른 기존 의료진 업무 부담을 감안하면 더 많은 임상강사 채용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인력 운용 원칙을 고수하려는 모습이다.
물론 그동안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월 의정 사태 이후 5차례에 걸쳐 임상강사 채용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목 중심으로 채용에 나섰고, 내년 3월 전공의 복귀를 염두해 임상강사 근무기간을 2025년 2월 28일까지로 설정했다.
이러한 뚝심 행보는 서울의대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최근 전국 의대 중 처음으로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동맹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서울의대가 처음이었다.
서울대는 의대학장 권한으로 의대생들이 올해 초 제출한 1학기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 승인된 휴학 인원은 700여명으로, 사실상 서울대 의대생 전원에 가깝다.
다른 의대들의 휴학 승인 확산을 우려한 교육부는 즉각 서울의대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서울대에 12명으로 구성된 감사반을 보내 대규모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반은 서울의대가 휴학을 승인할 때 학칙 또는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동맹휴학 불허 입장을 고수해온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 총장에게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
특히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시정‧변경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반행위를 취소 또는 정지하거나 모집을 정지하고, 정원을 감축하는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