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왕년에 잘나가던 정형외과가 최근 신음하고 있다. 근래 병원 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면서 자괴감을 토로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기형적 수가체계 때문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문재인케어 시행 이후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학회나 개원가 등에서 수 년 전부터 정형외과 위기를 우려했음에도 관계당국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몰락’이란 단어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정형외과 병동 축소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른 진료과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정형외과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병원 결정 배경을 너무나 잘 알기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최근에는 수술실 잡기도 예전같지 않다. 자원소모 대비 수술행위 수익이 다른 진료과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수술실 배정에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 수가체계에서 정형외과 행위수익, 다른 외과계 절반 수준 불과"
실제 환자 당 수술실 체류시간이 비슷하더라도 같은 시간에 1명을 치료하는데 벌어들이는 행위수익은 정형외과가 다른 외과계의 절반 수준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가 발표한 ‘정형외과 의료현황 분석 및 수가방안 제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 당 수술행위 수익에서 정형외과는 외과의 40~80% 밖에 되지 않았다.
학회는 전체 수술에서 정형외과 수술 수익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 전국 10개 대학병원 진료과별 수술 수익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수술시간 기준 정형외과 수술이 전체 수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누적평균 수익성을 살펴보면 전체 수술실 수익은 7%였지만 정형외과 전체 수술 수익은 -16%였고, 정형외과 수술수가로 따지면 수익이 -52%였다.
연구를 진행한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한승범 교수는 “다른 진료과가 정형외과 손실을 메워주는 현실”이라며 “타 외과계에 비해 수가가 낮아 더 많은 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정형외과 상위 10대 수술수가 평균 수익은 -40%였다. 흑자를 내는 수술은 ‘척추고정술’이 유일했다.
상위 11~20대 수술수가 평균 수익은 –44%였다.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승범 교수는 “어떤 수술은 손익률이 –159%에 달해 병원에서 수술 자체를 꺼려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술실 배정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원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술수가로 인해 정형외과는 비급여 재료나 비급여 진료행위로 손실을 보전해온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비급여의 급여화가 속도를 내면서 정형외과의 신음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적절한 수가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원 내에서 정형외과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국내 골육종 대가인 한 대학병원 교수는 최근 이러한 상황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개원을 결심했다.
동료 교수는 “지금도 수 많은 정형외과 교수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개원가는 아직까지 괜찮을지 몰라도 대학병원 정형외과 입지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