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소재 종합병원 A의사 피습, 부산광역시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 방화사건 등 잇따른 의료인 폭행 등 방지를 위해 반의사불벌죄 폐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적용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8년 12월 말 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이후 ‘임세원法(의료법 개정안)’ 등이 추진됐으나 의료현장의 현실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문제의식에 기인한 것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의료계는 이 같은 주장에 한 목소리를 냈다.
2018년 12월 31일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이후 다양한 법적 안전장치가 나왔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에 따르면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응급의료종사자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응급의료법 개정안,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위험이 있는 자 및 주취자·폭행행위자 등 응급실 출입제한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등이 있었다.
또 보건복지부·경찰청 등에서 마련한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을 위한 응급실 폭행 방지 가이드라인, 응급실-경찰 간 핫라인 구축 등 노력도 있었으나, A의사 피습이나 부산대병원 응급실 방화사건을 막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김 기획이사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의료종사자 폭행 발생 시 신고를 의무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폭행가해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 보안인력 1명 이상 24시간 상주, 쌍방폭행 등을 우려하는 안전요원에 대한 폭행죄·상해죄 배제 등 법 개정을 요청했다.
나아가 의료인 폭행에 특가법을 적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본지 6월 24일자). 이를 통해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중대한 범죄라는 ‘메시지’를 주자는 것이다. 특가법에 포함되면 반의사불벌죄는 자동으로 사라진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의료인에 대한 가해행위 처벌 조항을 특가법에 규정하는 것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겠다”면서도 “유사한 범죄행태이면서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규정된 처벌 조항과 비슷하거나 경하게 처벌되는 범죄들도 특가법에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도 “반의사불벌죄 폐지 정도로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특가법 적용이 필요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공감했다.
경찰청 “엄정한 법 집행, 애로사항 있다”
한편 이날 긴급토론회에는 경찰청 관계자가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의료계에서 임세원法 등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2018년 시행된 응급의료현장 대응계획, 보안인력에 대한 집체교육 실시, 100병상 이상 병원-경찰 핫라인 구축 등 나름의 노력을 강조했지만, 이에 공감하는 의료인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주진우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과장은 토론회 직후 데일리메디와 만남에서 “엄정한 법 집행에 경찰도 애로사항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의료기관 내 보안인력이 ‘쌍방폭행’ 등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임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 등과 관련해 경찰의 엄정한 법 적용을 뒷받침할 방안이 마련될지에 대해서도 촉각이 곤두세워진다.
주 과장은 “경찰도 쌍방폭행 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예기치 못 한 상황들이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인정받지 못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