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국고 지원이 금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에 대한 투자 의지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책임 강화 의지 미온적, 건강보험 혜택 축소 우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건강보험 정책 대응과 재정지원 확대를 위한 국가 역할' 토론회에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보건의료 수석전문위원은 "윤석열 정부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투자 기대치가 높지 않다"며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먼저 조 위원은 "국고 지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입법 시도는 계속 있었다. 이번 정부 국정과제 초안에도 들어가 있던 것으로 아는데 최종본에선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복지부와 기재부 힘 싸움 끝에 기재부 입장이 관철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보험 재정 장기적 안정화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엿볼 수 있는 선례라는 얘기다. 특히 오히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금융상품으로 활용하려 했던 시도가 다시 있을 수 있다는 게 조 위원 견해다.
조 위원은 "다수당임에도 관련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도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전임 정부도 무능으로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최근 2년간 국고지원 액수 자체는 1조원 이상 증가했지만 분모가 계속 확장되면서 비율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적 부분은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위원은 또 "현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 누적적립금을 금융 상품으로 활용하려던 제도적 시도가 다시 논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이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건강보험 기금화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특히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불법 사무장병원 척결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실제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특사경법에 대해 복지부 태도가 매우 미온적이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가 연루됐던 사무장병원 사건을 의식하다보니 이런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보험료율 인상도 어렵고, 국고지원 확대도 재정당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복지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보험 혜택을 줄이거나 요양급여를 쥐어짜는 두 가지 형태로 좁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라 부회장 "일몰제 동의하지만 비합리적 의료이용 제한 필요"
이날 서울시의사회 이세라 부회장은 공급자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이 부회장은 사업자가 근로자 건강보험료를 50% 부담해야 하는 고충을 문제로 짚었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84% 가량 되는데 건보료의 절반은 사업자가 내주고 있다"며 "그렇다면 사업자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 볼멘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수가협상도 합리적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수가협상도 문제다.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되고 건강보험 수가협상이 잘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고 있다"며 "약 10년 간 수가는 41% 올랐고 최저임금은 130% 올랐다. 의료기관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동안 정부와 싸우고 있는 수가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전제를 깔고 일몰제를 이야기한다면 재정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비급여 급여화로 상복부 초음파는 1400% 증가했고 MRI도 200% 올랐다. 일몰제에는 동의하지만 비급의 급여화를 중단하거나 줄이고, 의료전달체계를 통한 환자 이용제한, 의사 1인당 건강보험진료 환자 수 제한 등으로 의사 측 서비스 제공 제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법 개정 시급"
이날 정부는 올해 국고 지원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유지하기 위한 건강보험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보건복지부 현수엽 보험정책과장은 "사실 국고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얼마 전 기재부 장관도 국회에서 중단하지 않겠다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고 지원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애매하다는 점이 답답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건보법을 보면 예상보험료 수입액 14%에 상당하는 문구가 있다 보니 계산 과정이 모호하다. 이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건보법 재정을 강조했다. 문구가 명확해져야 정부도 지출과 보험료를 어떻게 하고 재정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 과장은 국민건강보험을 기금화해 재정적자 우려를 줄이고 재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기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고 이를 운영하게 되면 1년 예산 편성을 갖춰야 한다. 코로나19 때도 겪었지만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잘 극복할 수 있던 것은 건강보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자칫 기금으로 되면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