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장 선출 방식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간선제에서 직선제로의 급진적 개혁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조직원들이 각 후보의 비전과 전략을 평가해볼 기회는 마련될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회장 권성택)는 최근 병원장 선출 과정에서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각 후보들의 정견 발표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서울의대 소속 500여 명의 교수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각 후보에게 묻고 싶은 질문 취합에 들어갔다.
정견발표 자리에서 협의회가 교수들을 대신해 각 후보들에게 질의하기 위한 행보로, 다빈도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지를 꾸릴 예정이다.
정견발표는 본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등 순회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지만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을 경우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권성택 회장은 “서울대병원장 선출은 선거가 아닌 임명에 가깝다”며 “적어도 조직원들이 신임 수장이 될 후보들의 비전을 공유할 기회는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실제 서울대병원장은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완전한 간선제 방식으로 치러진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서울대학교 총장, 교육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 서울의대 학장, 서울대병원장, 서울대 치과병원장, 사외이사 2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9명이 서류심사와 면접을 토대로 투표를 진행해 2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만큼 사실상 이사진의 선택이 사실상 9부 능선인 셈이다.
교육부장관이 올린 2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정작 서울대병원 교직원들은 각 후보 비전이나 전략도 모른채 신임 병원장을 맞이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차관급 예우에 국내 최고 의료기관 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상당한 영예의 자리지만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에 비유될 만큼 그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는 지적이 계속된 이유다.
교수들의 정견 발표 추진 역시 이러한 선출 방식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의 발로다.
의과대학 학장처럼 교직원 투표로 직접 선출하는 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각 후보들이 어떤 운영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는 사전에 인지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이다.
권성택 회장은 “교수들이 직접 병원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조직원으로서 신임 수장 후보들의 검증 기회를 갖자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