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3번째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동시 보유국이 된 데는 국가감염병임상시험단을 비롯한 보건당국의 물밑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적극 행정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임상시험에 대한 제한 요소가 대폭 완화된 요인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컨소시엄 및 공동IRB 등 다양한 ‘협업(콜래버레이션)’ 시도가 이뤄졌다.
7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22 국가감염병임상시험사업단 성과 확산을 위한 워크숍’에서는 국가감염병임상시험사업단의 주요 성과와 함께 사업단 지원으로 진행된 코로나19 임상시험 관련 다양한 활동 내용이 소개됐다.
국가감염병임상시험사업단의 성과는 지난 6월 29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첫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허가를 받으면서 화룡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2월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에 이어 백신까지 승인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3번째 자체 생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동시 보유국이 됐다.
사업단 지원으로 임상시험 및 관련 연구를 진행한 컨소시엄들은 국내 코로나19 임상시험 활성화의 주요 분기점으로 지난 2020년 6월 2일 식약처가 실시한 완화조치를 꼽았다.
당시 식약처는 코로나19 임상시험에 한해 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의료기관도, 지정받은 기관의 관리‧감독 하에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학병원 컨소시엄 등 공동IRB 체제 구축, 임상 진행 속도"
해당 조치 이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동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임상 속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확산됐다. 대학병원이 IRB 등을 비롯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환자를 많이 보는 감염병전문병원에서 임상이 이뤄지는 식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아주대병원과 고대안암병원, 경북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코로나19 임상을 위해 공동IRB 체제를 구축한 사례가 발표됐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경기도의료원 소속 6개 병원과 손을 잡았다. 최영화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 병원의 경우 일선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사투하는 최전선이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자체적으로 IRB를 갖출 여력이 부족하다”며 “이번 조치에 따라 아주대병원이 IRB 심사 책임을 맡고, 6개 병원이 참여자를 받는 방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임상을 진행했다”
이어 “소규모 공공병원인 이런 방식으로 국가에 필요한 감염병 임상연구에 초점을 맞춰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식약처가 출범한 중앙IRB의 기능을 확대해, 소규모 의료기관이 중앙IRB의 심사를 받아 임상 진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고 부연했다.
고대안암병원은 성남시의료원을 포함한 컨소시엄으로 코로나19 임상을 진행했는데, 당시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정규직’ 사안이었다.
김병수 고대안암병원 임상시험센터장(혈액종양내과)는 “코로나19 임상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비정규직 연구원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병원에서 연구간호사를 고용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비정규직을 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의료원 산하 연구원을 만든 뒤 파견 형태로 고용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향후 이런 부분은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북대병원은 계명대 동산병원과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빛고을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등 남부권 대학병원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추진했다.
윤영란 경북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대구 지역은 그동안 7개 병원이 약 10년 간 공동으로 IRB를 진행해왔다”면서도 “다만 코로나 이전까지는 활성화가 잘 이뤄지지 않아 연간 20건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부산대병원도 합류하고 상호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공동 IRB가 활성화됐다. 상당히 고무적인 대목”이라며 “다만 감염병 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도 이번 기회에 합류시키고자 했지만 무산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의료원, 인천의료원 외에도 중앙대병원, 가천대병원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특히 이들 기관 중에 ‘국군수도병원’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띤다.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국군수도병원의 연구 인프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며 “그런데 국군수도병원을 비지정 임상기관으로 합류시키는 과정에서, 식약처와 약간의 이견이 있었다. 결국 통과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사업 시작이 다소 늦어지면서 시기적으로 아쉬움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만 이번 경험을 통해 향후 젊은 참가자가 필요할 때 국군수도병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또한 국립중앙의료원이 공동IRB 진행을 위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과 필요에 따라 적합한 임상 네트워크를 구성‧가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