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故 임세원 교수가 환자에게 피습당해 사망한 사건 이후 2년 여가 지났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은 여전히 진료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8월초 부산의 한 정신과 전문병원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임세원법 사각지대였던 100병상 이하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임이 알려지며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토론회 참석자들은 임세원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료 현장은 안전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정신건강 치료지원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광주에서 정신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찬영 원장은 개원 이후 경험한 위험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맞아 다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고, 병원 앞 주유소에서 주유기와 라이터를 들고 대치하거나 환자가 흉기를 들고 휘두르는 아찔한 일을 겪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역시 불안에 떨며 진료를 이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문정윤 전문의는 “비상벨, 비상문, 후추 스프레이 등도 다 구비돼있지만 이런 것들로는 진료현장이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벨을 누른다고 하더라도 경찰 출동까지 시간이 최소 5~10분이 소요되고 후추 스프레이 등도 제대로 환자에게 조준해 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100병상 이상 병원들은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있지만 소규모 의료기관들의 경우 이마저도 갖추기 힘든 실정이다.
‘국가 책임제’로 환자 치료‧지원 힘써야…복지부 “비상벨 의무화 확대‧경찰 탄력순찰제 활용”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결국 정신건강 치료지원체계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이를 위해 정신질환 국가 책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백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결정은 이제 보호자가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한다”며 “급성기 치료 후에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체계가 갖춰져야 하고 여기에 환자와 보호자 등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준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정부의 안전 대책이 소규모 병원이나 의원급에는 직접적 지원이 없고, 환자 치료와 재활에 대한 지원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늦게 나타나 당면한 진료실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복지부는 지난 번 대책에서 제외됐던 정신과 의원에 대해서도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경찰청에 탄력순찰제도를 활용해 진료현장 안전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홍 과장은 “비상벨 설치에 따른 부담 경감을 위해 내년에 새로 개설하는 의원에 적용할 예정이며, 현재 개설된 의료기관에는 설치비용을 국비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탄력순찰제도를 의료기관에 안내하고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불의의 사고를 예방토록 하겠다”며 “비상벨 설치와 탄력순찰제 신청에 대해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 과장은 끝으로 “입원 필요성이 낮아 환자에게 퇴원을 요청했으나 거부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지역 정신건강심의위원회에서 퇴원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