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올해 외과계는 한마디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통과부터 고질적인 수가 형평성 문제까지, 올해도 여전히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뼈, 관절 등 섬세한 부위에 대한 고난도 수술이 많은 정형외과 분과는 외과계 현안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처럼 많은 난관을 대면 중인 정형외과계는 최근 차기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으로 정홍근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족부족관절센터장)을 선출했다. 정 교수는 내년 1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가 이끌어갈 정형외과학회는 앞으로 어떤 청사진을 갖고 현안을 대면할까. 데일리메디가 정 교수에게 직접 학회 차기 이사장으로서 포부에 대해 들었다.
모든 수술수가 저평가, 수가개선 TF 구성하고 법률자문 및 정부와 대화 중점
“현대사회과 고령화되고 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전(全) 국민 사지 및 척추질환을 책임지고 대한정형외과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을 개인적으로 또 병원의 입장에서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정 교수는 우선 자신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한 학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이사장 선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1년간 이사장으로서 직무를 철저히 준비해 학회 대내외적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사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수가 개선’을 꼽았다.
우리나라 현행 의료 체계에서 외과계열 분과 수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특히 정형외과의 경우 수술과 시술이 많은 과목인 만큼 수가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인체의 사지관절과 척추를 다루는 만큼 수술 빈도가 높은 편”이라며 “정형외과는 그 특성상 대부분 수술에 많은 의료인력이 투입된다. 그만큼 고급인력과 장비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하지만 현재 정형외과 수술 수가는 대부분 너무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수가는 정형외과 의료 발전을 저해하고 전문의들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 향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가 현실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다방면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취임 전(前) 1년간 방도를 잘 구상해 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정 교수는 정형외과학회 이사장 선거의 핵심 3대 공약 중 하나로 학회 차원의 ‘수가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앞으로 수가 개선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정형외과 수가의 확실한 개선과 새로운 수가 창출은 정형외과학회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법률 자문팀을 구성하고 정부 의료부서와 활발한 교류를 학회의 최대 중점과제로 삼고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실 CCTV는 반대 기조 유지, 국제학술대회 유치 노력
정 교수는 금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해서는 "현 집행부의 반대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형외과학회는 지난 9월 15일 성명서를 내고 수술실 CCTV 설치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득보다는 부작용이 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형외과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리수술 등 비윤리적인 행태를 막아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대책이 수술실 CCTV 설치는 아니다”라며 “잘못을 저지르는 소수 의사에 강력한 불이익을 줘 비윤리적 진료행위를 막는 방법이 더 옳다. 법안 강행 이전에 수술실 보조인력 수술행위 참여 허용 여부 및 역할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수술실 CCTV 의무화법에 대해서는 현 집행부와 뜻을 같이 한다”며 “이사장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는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아울러 수가 현실화 외에도 함께 내세웠던 ‘국제학술대회 유치’ 및 ‘수도권-비수도권 교류 확대’ 공약을 중점적으로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교수는 “학문적으로는 우리 정형외과학회 학술대회가 아시아의 구심점이 되는 국제학술대회 메카로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정형외과 세계학술대회 및 아시아-태평양오세아니아(APOA) 국제학술대회 등을 우리나라에 유치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서울 및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 간 회원들의 긴밀한 교류와 화합에 힘쓰겠다”며 “이외에도 학회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해 충고와 건의를 아낌없이 해주신다면, 취임 이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형외과계 수장 된 국내 최고 ‘발 전문 의사’
정 교수는 국내 최고 족부 정형외과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아 이번 정형외과학회 이사장로 선출됐다. 건국대병원 족부족관절센터장을 역임하면서 지난해에는 족부 수술 1만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모든 수술이 다 힘들었고 또 소중했다”며 “그중에서도 양쪽 발이 심하게 변형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던 발목 관절염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79세 고령의 환자였는데 발목인공관절전치환수술 및 뒤꿈치 절골술을 통해 교정 및 통증 개선에 성공해 새 삶을 살게 됐다고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2019년부터 스포츠의학센터장을 맡아, 운동선수를 비롯해 재활수술 및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진료에 힘쓰고 있다.
정 교수는 “운동선수들은 특히 신체 기능 면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해야 하고 또 부상문제가 지속할 경우 선수 인생이 중단될 수 있어 일반 환자보다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또 가능한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으로 해서 조속한 복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고강도 운동을 하다가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운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방지다. 충분한 스트레칭과 함께 테이핑 및 보호대 등을 통해 부상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상 발생 시에는 신속히 정형외과 전문의 등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 및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