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다수 공중보건의사 '환자·보호자 '폭언·폭행' 경험'
대공협, 1일 실태조사 결과 공개···'대다수 근무기관은 사실 은폐'
2019.11.01 11: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공중보건의사의 86%가 환자, 보호자에게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8%는 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폭행·폭언은 공보의 근무에 심각한 지장을 주고 있지만 근무 기관에서는 대처는커녕 은폐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조중현, 이하 대공협)는 '공중보건의사 폭언·폭행 피해 사례 실태조사' 결과를 1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85명의 공보의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환자 및 보호자, 타 공무원으로부터의 폭언·폭행 여부와 이후 상급기관 대처에 대해 물었다.
 
조사 결과, 86%의 공보의가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8%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언 및 폭행을 경험한 공보의 중 44%는 근무에 심각한 지장을 받았다고 답했다.
 
함께 근무하는 타 공무원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공보의는 31%였으며, 폭행을 당한 공보의도 1명 있었다. 다른 공무원으로부터의 폭언 및 폭행으로 근무에 심각한 지장을 받은 경우는 20%였다.
 
폭언 및 폭행을 당한 이후 보건소, 의료원 등 상급기관의 대처에 대한 질문에는 47%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폐를 시도했다'라는 응답은 37%에 달했으며, '함께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조사에 따르면 환자에 의한 폭언·폭행은 의학적 소견상 보건지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 주변 의료기관 혹은 상급의료기관의 검사 및 진료를 권유하거나, 중복처방을 이유로 약제 처방이 불가함을 알릴 경우에 주로 발생했다.
 
조사 결과에는 "처방 약의 중복으로 처방이 힘듦을 설명해도 화를 내며 죽여버린다는 둥 위협을 가했다", "심각한 중증당뇨로 내과 전문의 진료 및 입원치료가 필요함을 설명했으나 약을 주지 않는다며 손찌검을 하려 손을 들면서 욕을 했다"와 같은 사례가 있었다.
 
군복무 중인 공보의 신분을 들며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급기관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다른 예시로는 "군수가 주민들이 민원을 넣는다는 이유로 영양제, 수액을 비치하고 환자가 원할 시 의학적 소견과 관계없이 놔줄 것을 강요하고 있다. 반대할 경우 근무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라는 답변이 있었다.
 
섬에서 근무하는 한 공보의는 "알코올 중독 환자가 술을 마시고 주말에 찾아와서는 왜 문을 잠궈놓냐며 문을 부수려고 해서 열어주니까 욕설과 함께 '너 의사 아니지' 등의 폭언을 뱉고 소리를 질렀다"고 토로했다.
 
약제로 호전이 어려운 환자들에 대해 타 병원 의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속공무원이 그냥 약을 처방하길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황정인 대공협 법제이사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로서 실행하는 의학적 판단에 대한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보의가 군 대체 복무자라는 점, 급수가 없는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점,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점 등으로 인해 소속기관이 의학적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민원상의 편의를 위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환자를 위하는 처방마저도 단순 편의를 위한 타협을 강요당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 이사는 “복지부 협조를 통해 공중보건의사가 소속기관으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시 해당 지역 공보의 근무배치적절성 평가를 시행해 배치를 재검토하는 등 공보의가 보호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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