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갑질·폭언에 의료진 필수품 '녹음기 사원증'
공공의료원·대학병원 등 노조 구매, 300곳 넘는 병원서 사용
2022.06.10 12:22 댓글쓰기

최근 근무 중 폭언 및 폭행, 성희롱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의료진이 늘어나면서 녹음 기능이 부착된 사원증이 의료계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최근 충남대병원 노동조합은 이러한 위협 상황에 노출된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사원증 녹음기 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제품은 사원증 녹음기 제조사인 스타트업 기업 ‘뮨’이 기존 소비자들의 사용 후기를 반영해 디자인과 무게, 기능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서 제작한 상품이다.


가위, 밴드, 환자 상태 기록을 위한 필기도구 등 소지품이 많은 의료진이 핸드폰 등 녹음기를 별도로 갖고 다니기 어려운 특수한 근무 환경을 고려해서 제작됐다.


해당 사원증은 언제 어디서든 후면의 녹음 스위치를 이용, 간편하고 신속하게 현장 녹음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됐다.


버즈라이트 녹음기는 출시 3개월 만에 3000대가 완판됐으며 현재 약 300개 이상 병원 의료진이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노조도 지난 2020년 뮨의 첫 번째 사원증 케이스 녹음기인 ‘버즈녹음기’ 1500대를 구매해 직원들에게 배부한 바 있다.


‘녹음기 사원증’ 인기 배경…열악한 의료진 근무환경


사원증에 녹음기를 부착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작은 아이디어가 성공한 데는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배경이 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폭언 피해를 경험한 보건의료노동자는 57.5%에 달했다. 폭언 가해자 유형별로는 환자 및 보호자가 46.9%로 가장 높았다. 


2019년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3만6447명 중 69.2%가 폭언을 경험했으며, 13%는 폭행, 11.8%는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별다른 개선이 없는 수준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1월 공개한 2021년 수련병원 평가결과 또한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 등의 폭력에 빈번하게 노출돼있음이 드러났다.


전공의에게 ‘근무 중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고려대의료원 43.8%, 삼성서울병원 36.6%, 서울대병원 34.9% 등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례없던 감염병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며 낯선 검사법과 치료법 등에 불만을 갖고 의료진에게 폭언을 가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 검사 과정 중 간호사에게 폭언을 하고 아크릴 벽을 손으로 치는 등 난동을 피운 혐의를 받은 60대 남성은 의료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기도 했다.


녹음기사원증을 사용하는 간호사 A씨는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 등에 노출되는 빈도가 낮음에도 가끔씩 녹음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최근 입사하는 신입간호사들은 준비물로 녹음기사원증을 준비해 처음부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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