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현재 추진 중인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은 단순한 전문시설 하나를 더 세우는 의미에 그쳐선 안 된다. 코로나19 유행 동안 ‘방역’ 체계에 비해 부실했던 ‘의료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2일 오후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 주영수)가 개최한 ‘코로나 이후 감염병대응체계 개혁, 왜 필요한가’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이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대응 초기 역학조사 등의 방역은 잘 이뤄졌지만 권역별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협력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위중증·급성기 환자가 타지에서 치료받은 사례 등을 교훈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감염병전문요양원이 있으면 전체 요양시설이 안전해지는가”라며 “그렇지 않다.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임 원장은 “중암감염병병원을 통해 흩어져있는 고도의 감염병 진료시설을 합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고도의 시설이 몇 곳 더 생긴다고 해서 전체가 안전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인실 구조, 홀 형태 중환자실 등 많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병원 사업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국가 감염병관리시스템은 또 다시 실패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앙감염병병원은 외래·입원진료, 진료과 등의 기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모병원이 될 NMC의 기능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며 “중앙감염병병원은 공익성·질적 우수성· 관리적절성(권위)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준 NMC 공공의료본부장도 “중앙감염병병원은 단순히 감염병환자만 보는 하나의 치료기관이 아니다”며 “전체적 의료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실력 있고 권위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어 그는 “방역과 의료, 두개의 축에 기반을 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방역대응과 의료대응이 함께 가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역을 대응하는 질병청과 별도로 의료 대응 콘트롤타워를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및 운영 적합한가?
정백근 경상국립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그동안 질병청이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지정을 해왔는데, 이는 기존 의료기관 진료 기능 약화·강화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방역 전문 질병청이 감염병전문병원을 지정 및 운영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NMC가 질병청과 보건복지부의 이중속박을 받게 되면 공공보건의료협력체계를 구축·지원하는 콘트롤타워 역할도, 감염병병원 역할도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중앙감염병병원은 건물만 짓는게 아니라 어떤 기능을 맡고, 어떤 힘을 갖추고, 어떤 체계로 움직일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을 내야하는 시기”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어 “모병원으로서의 NMC의 현대화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진행 중”이라며 “방역과 의료대응에 있어 어떤 거버넌스를 갖출 지는 여전한 숙제인데, 새정부와 논의에 속도를 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앙감염병병원 위탁 운영은 위험한 생각”
한편, 일각에서는 중앙감염병병원을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포럼 참석자들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반박했다.
방지환 서울시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앙감염병병원은 단순히 정형외과전문병원 하나 짓는 것과 다르다”며 “NMC와 똑 떼서 다른 곳에 짓거나 위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방 교수는 “중앙감염병병원은 중증환자를 봐야하는데 이들은 기저질환이 있어 타과의 훈련된 의료진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모병원 없이 따로 지으면 평소 병상을 놀리게 돼 적자가 난다”며 “NMC와 함께 운영하다 감염병 위기 시 셔터를 내리는 식으로 효율적인 경영이 필요한 법”이라고 피력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도 “NMC와 지방의료원 기능을 키워 공공의료를 키울 생각을 해야지, 위탁 운영은 그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막상 사업이 탄력을 받으니 또 10~20년 전과 같은 꼼수가 나오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은 우수 인재를 키우고 희귀난치질환을 치료하는 곳이지, 보건사업을 콘트롤할 수 있는 인물을 지닌 곳이 아니다”며 “아귀가 맞지 않는데 자꾸 화두를 던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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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