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전공의 모집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일차의료 진료과목의 위기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대한가정의학회 선우성 신임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교수)
[사진]은 “일차의료 체계가 시대적 흐름인 상황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그 역할을 주도하게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9일 대한가정의학회 사무국에서 열린 제 16대 이사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우 이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향후 2년간의 목표를 소개했다.
그는 먼저 “이사장 후보로 정견발표 때 내세웠던 모토인 ‘소통과 화합의 가정의학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는 학회 임원진과 회원, 지도전문의와 전공의, 봉직의와 개원의 간 소통을 중시하며 외부적으로는 정부 및 유관단체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어 단합된 학회를 바탕으로 이뤄나갈 중점 사안을 소개했다.
선우 이사장이 말하는 최우선 사안은 ‘주치의제 시대 도래 대비’다.
정부는 물론 여야 대선 후보들도 주치의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의학과를 중심으로 새로운 의료체계를 준비하겠다는 설명이다.
선우 이사장은 “주치의를 담당할 일차진료의를 양성하는 수련과 교육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지역 단위의 주치의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민들에게 저평가돼 있는’ 가정의학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우리 동네 주치의 찾기’ 서비스를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 가정의학회 홈페이지에서 동네 가정의학과 의원을 매칭하는 서비스다.
선우 이사장은 “양질의 일차의료가 이뤄지기 위해선 일차의료 전문의가 가장 먼저 환자와 만나야 한다. 즉, ‘접근성’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인프라가 형성되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내비게이터’ 혹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경미한 증상 혹은 건강검진 결과를 갖고 찾아오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거나 상급 의료기관으로 연결해준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기관 내원을 안내하기 때문에 3차병원 의료진의 부담감도 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본업 가치 키우며 충실하면 전공의 부족 문제도 극복 가능"
"우리 동네 주치의 찾기 서비스 조만간 공개, 내비게이터 또는 코디네이터 역할"
"환자 상담‧질환 파악 관련 수가 일부 개선 필요, 수련과정 등 개원가 스킨십 대폭 확대"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새 ‘기피과’로 전락한 가정의학과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선우 이사장은 “가정의학을 지원하는 전공의게 크게 줄었고 일차의료가 외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한 가정의학의 위기로 여겨 당장 전공의 지원율을 늘리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을 쓰거나 쉬운 길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정의학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일차진료 가치를 더 키우고, 나아가 ‘우리가족 주치의 가정의학의사’ 역할과 활동이 인정받는 미래가 뚜렷해졌을 때 전공의 지원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일차의료 인프라가 보다 안정적이게 자리잡기 위해선 부분적인 수가체계 개선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건강검진 상담수가’가 단적인 예다. 선우 이사장은 “기본 진료비 자체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가정의학 전문의 경우, 환자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상담행위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가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병력을 파악하고 상담을 하는 경우, 의사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검진 자료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5~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 암 환자들의 경우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동네의원에서 검진과 관리를 받게 되는데, 암 병력을 자세히 살피는 과정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그는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개선 의지도 밝혔다. 그는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되기 이전, 학회에서 2년간 수련이사를 맡았던 만큼 전공의 관련 사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선우 이사장은 “가장 주축이 되는 개원가에서 중요한 것은 신환을 유치하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본적인 역량 외에도 그동안 수련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정의학회는 최근 수련과정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해 CTFM(Committee for Teachers of Family Medicine)을 창설했고, 전공의들에 대한 CPX(Clinical Performance Exam) 형성평가 및 2차병원 전공의들을 위한 연구지원위원회 등을 새롭게 만들었다.
또 개원의들과의 소통도 확대했다. 이사 중 비(非)교수인 개원의를 다수 등용했고, 가정의학과의사회와도 정기적인 회의를 가질 방침이다.
선우 이사장은 “가정의학회의 존재 목적은 ‘양질의 일차진료 양성’이기 때문에 개원의들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그동안 의도와 다르게 부족했던 개원가와의 교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또 전공의 교육에서도 개원의 생활에 대한 노출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주요 목표로 ▲영문학술지 SCI 등재와 ▲2028년 WONCA 아시아태평양학회 유치 등을 제시했다.
선우 이사장은 “영문학술지의 경우 인용지수가 조금 부족한 상황인데, 일선 교수들이 일차의료에 대한 양질의 종설을 많이 쓰는 등 틈새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국제학술대회는 지난 2018년 세계가정의학회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욕적이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국민들을 향해 ‘우리가족 주치의로, 가족같은 주치의를 뒀으면 좋겠다. 일반적인 건강관리는 한 사람의 의사로 하는 것이다. 제도가 생기기 전에 한 발 앞서 이런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학회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