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우리나라 국민 87.4%가 주치의제 도입에 대해 찬성합니다. 가정의학 전문의는 일차의료 최일선에서 국민 주치의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앞장 설 것입니다.”
"건강 사각지대 해소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 기여"
대한가정의학회 선우성 이사장은 최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민 주치의제 원년’을 선포했다. 이번 선포식을 기점으로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제언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선우성 이사장은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시대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일차의료 방파제 역할이 대두됐으며, 정치권에서도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주치의제 도입’을 언급하는 등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주치의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제도화의 적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우 이사장은 주치의제가 건강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사와의 주기적 만남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확신했다.
“예방 중점 국민 주치의제, 의료전달체계 개선 기여”
그는 “만성질환 관리가 제때 이뤄지면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이는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 작동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기나 배탈, 발열 등 급성 증상들에 대한 대응도 가능해 응급실 전단계 환자를 맡을 수도 있다"며 "일차의료기관이 상급기관 내원 전 환자를 살피면 보다 정확한 진료과로의 연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 의사가 개인의 건강관리를 전담하면 중복된 진료, 검사, 투약 등도 방지될 수 있다. 환자 내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의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진료비용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장점은 환자와의 오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환자 병력뿐만 아니라 처해진 생활환경, 경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수 있다.
선우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많은 환자들은 처음 보는 의사에게 처치를 받았다.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정서적, 그리고 포괄적 의료서비스가 충족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감염병 사태가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인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의료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차의료 가능한 모든 전문분과 참여"
대한가정의학회가 구상하는 주치의제는 일차의료가 가능한 모든 전문분과가 참여하는 형태다.
일차의료 중점분야인 가정의학은 물론 지역사회 의료인프라를 담당하는 개원가 전반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선우성 이사장은 “고혈압, 당뇨 등 일차의료 질환을 볼 수 있는 모든 전문과목이 나서야 한다. 의료 접근성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다른 핵심은 ‘같은 의사에게 지속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라며 “우선은 제한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해 다양한 방법을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료계에서도 일차의료 전문가 양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론적으로 ‘국민 주치의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일차의료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최근 학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의사 재교육 프로그램(PRR, Physician Retraining & Reentry) 도입해 일차의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상은 ▲일차진료 의사로 전직을 원하는 전문의 ▲장기간 휴직 후 다시 진료의사로 일하기 원하는 의사 ▲은퇴가 임박해 파트타임 진료직을 희망하는 의사 등이다.
선우성 이사장은 “모든 의사는 일차의료 전문의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추가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이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각 학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국민 주치의 원년 선포식'이 국내 일차의료 인프라 개선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담은 선포문을 타임캡슐에 담았다.
끝으로 선우 이사장은 일차의료 최전선을 담당하는 가정의학 전공의와 전문의들에게 격려의 말을 남겼다.
선우 이사장은 “최근 가정의학 전공의 지원율이 다소 부진한데, 무리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원가 지원을 위해 수가 개발 TFT를 만들어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일차의료 위상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대국민 홍보활동을 강화해서 가정의학 의사들 역할을 알리는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